지금 보니 가사가 좀 이상하다. 헌 집 줄 테니 새 집을 달라고? 아무 조건 없이? 요즘 부동산 가격이 심상치 않은데 두꺼비가 그런 부탁을 들어줄 리가..
그나저나 두꺼비는거래에 응했을까? 어른이 되어버린 나는 안다. 그런 일은 동화 속에서만 일어난다는 것을.현대사회에서 헌 집은 쉽게 부서지고 그 자리엔새 집이 올라갈 뿐이다. 새것은 너무도 쉽게 옛것을 대체한다. 그 뒤에는 새것을 바라는 사람들의 욕망을 자극하여 이득을 챙기는 개발론자들이 있다.그들은 말하지 않는다.옛것이 있던 자리에 새것을 올리면훗날 옛것이 그리워진다 해도 다시는 되돌릴 수 없음을. 이것이옛것이사진 앨범 속에 더 많이 남게 된 이유이다.
새것 vs 옛것. 디지털 vs 아날로그. 나는 여기서도 마이너 취향이다. 깔끔하게 리마스터된 디지털 음원보다는 LP 음반 특유의 질감을 선호한다. 아직도 좋아하는 가수의 테이프 음반이 나왔을 때 레코드 가게로 달려가 비닐을 뜯을 때의 느낌을 잊지 못한다. 전자책보다 실물로 만져지는 종이책을 좋아하는 건 물론이다. 글쓰기도 컴퓨터로 쓸 때보다는 종이 위에 연필로 쓸 때가 더 잘 써지더라.
포구에 대한 취향도 마찬가지다. 현대식 포구보다는 옛 포구가 더 좋다. 옛 포구 모양 그대로 보존되어 있는 곳이 있다면 캠핑카를 끌고 가서 며칠이고 눌러 살 준비가 되어있다.
지금까지,나의 1픽 포구를 소개하기 위한 빌드업이었다. 이제 그 포구를 소개할 차례다.
옛 포구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한, 강정해안도로처럼 길 끝이 막혀있어 사람들에게 덜 알려진, 덕분에 소수 마니아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는 포구. 망장포 포구되시겠다.
확실히 돌로 한층 한층 쌓아 올린 옛 포구에는 매끈한 시멘트가 발린 현대식 포구가 담을 수 없는 포근함이 있다. 현대식 포구가 단체 발송한 e메일이라면 옛 포구는 연필로 꾹꾹 눌러 쓴 손 편지 같은 느낌이랄까? 포구 크기도 아담한 게 어선은 못 품어도 뗏목 몇 척 정도는 품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옛 포구에는 아무래도 테우 같은 옛날 배가 잘 어울리겠지? 파도가 들어오지 못하니 여름철 아이들 수영장으로도 금상첨화겠고...소나무, 나무 데크 등 주변 경관과의 조화도 꽤 자연스러운 게 이정도면 나의 최애 포구로 꼽아도 손색이 없다.
포구를 돌아 나와 오른쪽으로 눈을 돌리니 현대식 포구가 눈에 걸린다.
역시 난 시멘트 느낌은 별로야, 하다가 방파제에서 일출을 맞이하라며 그려놓은 벽화를 보고는 이내 마음이 수그러진다.(실제로 코로나 전까지는 이곳에서 새해맞이 행사가 열렸다)방파제 끝에 걸린 빨간 등대하며저 멀리 지귀도까지 보이니 어찌 사랑하지 않으리오.
설마 망장포 포구마저 너무 작다고, 옛스럽다고, 시대에 뒤처진다고 개발하려 들진 않겠지? 하긴 하논에 야구장을 짓겠다는 사람들도 있었는데 여기에 뭔들 못할까?설마 그런 생각을 가지신 분들이 계시다면 이 노래를 불러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