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대한 말장난
딱풀로 종이에 뭔가를 붙이려는데 풀이 다 닳아버려 플라스틱 껍데기만 남았다. 딱풀의 플라스틱 가장자리가 종이에 닿아 기분 나쁜 마찰음을 일으켰다.
어쩌면 사람 마음이 딱풀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딱풀이 다 닳아버리면 풀의 기능을 잃어버리고 마찰음만 일으키는 것처럼 사람의 애정도 닳아버리면 갈등만 일으키더라.
한 가지 다행인 것은 딱풀은 한 번 닳아버리면 다시 커지지 않는 반면 사람의 애정은 그렇지 않다는 거다. 서로를 미워할지라도 싫어하지만 않는다면 사랑하는 마음이 닳는다 해도 그만큼 정(精)은 쌓인다.
[여기서 잠깐. ‘미워하다’와 ‘싫어하다’의 차이.
미워하다 – 그래도 사랑하는 마음이 요만큼은 있다.
싫어하다 – 사랑하는 마음이 전혀 없다]
그렇다고 너무 많이 싸우는 것은 서로에게 좋지 않다.
미워하는 마음(증增)이 커지면 애정은 애증이 되고, 미워하는 마음이 사랑보다 커져버렸을 때,
그것은 이미 사랑이 아니다.
그래도 사랑하는 마음이 미워하는 마음보다는 커야 애중(愛中)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의식의 흐름대로 쓰다 보니 말장난처럼 되어버렸는데,
가능하면 사랑하자고, 가끔 누군가를 미워할지라도 싫어하진 말자고,
그래야 사랑의 감정이 닳아도 정은 두터워진다고 말하고 싶었나 보다.
이상 누구와 싸우고 나왔는데 이상하게 그 사람이 싫지는 않아서,
이게 정든다는 건가 싶어서 써 본 말장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