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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상: 우울

Chapter 2-3 (회상)

by 한걸음

계속되는 원인 모를 두통과 무기력함은 할머니를 고통스럽게 했고

바라보던 가족들의 걱정은 더 커져만 갔다.


병원에서 며칠간 입원 후, 아무런 이상 없이 잘 지내실 것만 같았던 할머니는

어째서 인지 걸음을 옮기실 때도 균형을 잘 잡지 못하시고

앉아 계실 때도 한쪽으로 넘어지시며 머리를 부딪히기도 하셨었다.


중학교 3학년이었던 나는, 저녁 늦게 학원을 끝마치고 엄마께 전화가 왔었다.

"할머니께서 편찮으시니 할머니 집으로 오너라."

학원에서 몇 분 안 되는 거리를 도착했고,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 보니

과거의 이야기를 회상하시며 대성통곡하시는 할머니의 모습을 봤다.


나를 바라보며 하시는 말씀은

"자네, 왔는가?"라는 말이었지만

그 말에서도 반가움과 슬픔이 공존하고 있었다.


엄마는 할머니의 저녁을 챙겨드리기 위해 고기 몇 점을 구우셨는데

그것마저도 씹는 것을 어려워하시며 휴지에 뱉으셨다.


며칠이 흘러 가족들은 할머니를 다시 한번 병원에 모시고 갔었다.


병원에서는 몇 가지의 검사를 통해 할머니의 원인 모를 두통과 병명을 파악했고

결과는 우리의 마음을 찢어지게 했다.


노인이 되어서 찾아오는 마음의 감기는 할머니를 변하게 했고

알츠하이머 치매 판정과 뇌혈관의 막힘을 알게 됐다.


우울증은 젊은 사람에게도 견디기 힘든 상처이지만

노인이 되어서 오는 슬픔은 더 위험하고 외로움을 키웠을지도 모른다.


할머니는 그랬다고 한다.

정신과 진료를 받으시며, 치매 환자들이 보이는 전형적인 증상으로

양손을 쓰다듬은 채 이야기의 운을 띄우셨다고.


그렇게 병원을 나오며, 할머니와 우리 모두의 씁쓸한 봄날이 저물어 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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