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피었다, 졌다

반지하 파라다이스

by 한 율

어딘가에서 흘러나온 실오라기 불빛 몇 점만이 있을 뿐

오늘은 새벽 한가운데 위치한 검은 방

그 안에 이따금 섞여 들어간 옅은 빛 방울


어둠 속에 피는 꽃.


꼬여있는 줄 이어폰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소리

시간을 재우고 눈을 뜬 채로 꾸는 꿈

술술 풀리 이어지는 지난날의 공상


꽃잎이 휘날리는 고요한 방.


뜨뜻미지근한 상념 속에서 물장구

어슴푸레한 무언가는 꼭 잡힐 것만 같아 보였어

잠을 줄이는 것마저도 행복했던 때가 있었다


희미한 흔적을 남긴 채 들어가는 꽃.


두꺼운 책장 사이를 뒤적인다. 빛바랜 종이 사이에 눌어붙은 꽃잎 몇 장. 마치 가을 낙엽 같다. 조심스럽게 손으로 떼어 시든 꽃잎을 손에 움켜쥔다. 누구나 그렇듯이 짧은 순간이라도 꿈은 있었기에.


한 때의 꿈이 손 안에서 가루로 부서진다.


조각난 눈물이 책위로 후드득 떨어진다. 비가 눈처럼 펑펑 쏟아지던 날이어서 기억한다. 삶이 힘들다던 친구는 목이 쉬도록 눈물을 퍼부었고 난 그저 멍하니 발밑만 내려다보았다. 바지 밑단은 이미 비를 머금고 진하게 변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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