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뼈대를 붙잡고선

밤이 스미고

by 한 율
명암, 사진: 한 율


날카롭게 솟구친 밤의 뼈대를 손에 쥔다

금방이라도 베일 것 같지만 개의치 않는다

앙상한 기억들을 조각내 베어 물고 우물거린다

맛이 거의 느껴지지 않지만 무언가 입 안에 달라붙는 듯하다

나의 젊음은 그 조각보다도 턱 없이 작은데 목이 멘다


밤의 뼈대를 덧대고 그 위에 살을 붙인 낱말은 서늘하다

그런 말은 밤을 닮아 곯아떨어진 잠을 빗겨 지나간다

팔리지 않는 말들에 왜 이리 나는 공을 들이고 있을까

풀리지 않는 상념들이 옹기종기 모이고 새벽녘에 흩어진다

밤의 덩어리들이 금방이라도 떨어질 듯 머리맡이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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