슴슴한

개화

by 한 율
사진: 한 율

세 뼘 정도의 좁은 난간

오밀조밀한 회색 계단을 따라

구부러진 덩굴손과 함께 올라가면

칠이 벗겨진 초록 대문 끼이익 움직이고


둥근 소리로 짖던 강아지 이내 꼬릴 흔들고

문을 열면 언제나 나를 반기며 웃는 얼굴

굽은 등을 펴며 나를 안는 우리 할머니

얇은 갈색 지팡이 땅을 딛는 느린 발걸음


할머니께서는 말씀하셨지 슴슴한 게 좋다고

자연스럽게 스며들어야 한다고 하셨지

시간이 한참 지나 뒤늦게 생각난

할머니께서 내어주신 맑은 뭇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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