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화. 조용히 울던 밤
하늘이 울어야만 비로소 내 마음이 조용해질 것 같았다.
아무도 없는 밤거리에는 이미 오래전부터 찬바람이 스며들어,
내 두 볼을 빨갛게 만들고 지나간다.
멀어져 간 밤들이 그리워, 환한 불을 밝혀 보지만
그것마저 지나간 시간을 되돌리게 하지는 못했다.
싸늘한 밤기운을 잊고 싶어
따끈하게 데워진 진한 커피를 유리컵에 담아
볼을 살짝 대어 본다.
지난 우울했던 성탄전야,
누군가와의 만남 소식이 있었고
나는 그날의 행복을 기억해 내려 애쓸수록,
초라한 나 자신을 마주하게 되었다.
하늘은 나의 노래에 맞춰 눈발을 흩뿌렸고,
인적이 드물던 길모퉁이 작은 카페는
브라운빛 향수처럼 짙게 스며든 커피 향으로
우리 사랑을 조심스레 데워주었다.
아마 그래서였을까.
그토록 활활 타오르던 불꽃은
결국 제풀에 지쳐 꺼져버렸지만,
나는 그것을 끝이라 부르고 싶지 않다.
그 사랑은 아직,
언젠가 다시 깨어날 것을 믿으며
조용히 숨 쉬는 휴화산처럼 마음 한구석에 남아 있다.
언제 어느 날을 위해
그때의 너야,
차가운 밤바람 속에서도 너는 따뜻함을 잃지 않으려 애썼구나.
그 작은 유리컵 하나로 외로움을 달래려 했던 너를,
지금의 나는 안아주고 싶다.
지나간 사랑을 껴안으며,
조용히 그리워하고,
슬픔 앞에서도 초라해지지 않으려 했던 너는
참 진실했고, 참 예뻤다.
활활 타오르던 마음이 꺼져버린 후에도
'휴화산'이라고 스스로를 다독인 너.
그 희망이 있었기에
지금의 나는 다시 사랑하고,
다시 꿈꿀 수 있었다.
너의 외로움, 너의 따뜻함,
그 모든 것을
지금의 내가 진심으로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