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회. 말없이 바라보는 계절
곧 다가올 가을을 맞이하느라
대자연도 분주하게 몸을 단장하고 있다.
하늘에서는 그를 돕는 듯
잔잔한 비가 내리고,
하늘을 향해 우뚝 선 나무들도
새 옷으로 갈아입느라 바쁘게 흔들리고 있다.
신이 내려주는 신성한 계절의 교차점에서
여름 내내 흘린 땀과,
덧입혀진 먼지와 때를
말끔히 씻어내려는 듯
대자연은 말하게 서 있다.
그 모습을 바라보자니,
정갈하게 단장한 너의 모습이
수줍게 붉어진다.
마치 어린 소녀의 상기된 볼처럼,
환한 그 붉음이 참 곱고 순수하다.
자연이여,
너는 이렇게 바삐 움직이고 있는데
나는 그저 계절이 바뀌어가는 길목에서
말없이, 조용히
그 풍경을 바라보기만 하고 있구나.
그때의 너야,
하늘을 돕는 비처럼
계절이 바뀔 때마다
자연은 제 몫을 다하며 움직였지.
그 움직임을 바라보며
너는 마음속 어딘가가 뭉클해졌을 거야.
사실 꼭 무엇을 하지 않아도 돼.
때로는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그 계절을 온전히 느끼는 법이니까.
말없이 지나가는 바람을 눈으로 좇고,
잎 하나 붉어지는 걸 마음에 담아두던 너.
그 섬세한 시선이,
지금의 나에게 여전히 따뜻하게 느껴져.
너무 서두르지 않아도 돼.
자연도, 너도
각자의 속도로
가을을 맞이하면 되는 거야.
말없이 그 자리에 있어준 너,
덕분에 36번째 가을을 지금의 내가 기다리고 있어
참 고맙고 다정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