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나, 그때의 너에게 : 시간을 건너 쓰는 편지

15화. 그때의 너가 간직해 준 계절

by 하오빛

황허니 부는 바람에

괜스레 옷깃을 여며본다.

가을의 문턱에 선 이곳에도

이따금 낙엽이 스치는 소리가 들려온다.


매일 밤 싸늘한 바람은

아직 가을이 다 오기도 전에

벌써부터 내 볼을 스쳐간다.


왔다는 소식을 듣고 돌아서면

금세 가버리는 이곳의 계절 탓에

가을을 찾아 느끼기보다는

겨울 준비로 마음이 먼저 바빠진다.


추운 겨울이면

괜히 같이 있고 싶은 친구에게 전화를 건다.

인적 드문 조용한 카페,

벽난로 불이 따뜻하게 피어오르고

진한 커피 향이 온 공간을 감싸는 그곳.


우리는 그 안에서

서로의 웃음을 향수처럼 뿌리며

조용한 시간을 나누곤 했지.


카바이드불 빛 아래 손을 녹이며

목화빵을 나누어 먹던 그 시절의 기억.

불빛은 희미했지만,

그 안의 마음만큼은 밝고 따뜻했지.


그날들이 눈앞에 아른거려

괜히 실없이 웃음이 나오는 지금.

곧 이곳에도 겨울이 오겠지.

예전 그 모습의 겨울은 아닐지라도.


지금의 나, 그때의 너에게 말을 걸어봅니다.

그때의 너야,


계절은 늘 그렇게 빠르게 지나갔지.

가을을 마주하려 하면

벌써 겨울이 다가와 있곤 했으니까.


그 순간들을 놓치지 않으려

괜히 옷깃을 여미고,

불현듯 스치는 낙엽 소리에 귀 기울이던 너의 모습.

그렇게 조용히 계절을 껴안던 너는

참 섬세하고 따뜻한 사람이었어.


겨울이 다가오면

사람을 더 생각하게 되곤 하지.

그 조용한 카페에서,

우리 함께 커피 향 속에 앉아 있었던 그날처럼.


서로의 추억을 말없이 공유하던 그 겨울.

따스한 벽난로보다

따뜻했던 건, 아마 마음이었겠지.


지금의 내가

그 계절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는 건,

그 감정을 잊지 않고 품어준

그때의 너 덕분이야.


참 고맙고, 사랑스러워.


올해 겨울도,

그때처럼 소중한 마음 하나 잃지 않고

살아내 보려고.


하오빛 라디오 청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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