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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온 Jun 28. 2023

사회불안증

직장 내 괴롭힘 (1)

사람이 싫었다. 정확히는 무섭다고 표현하고 싶다. 나 아닌 타인에 대한 두려움은 언제부터였을까. 시간을 거꾸로 돌려본다. 사회 불안증이 심하다는 주치의 진단을 받은 것은 작년 4월쯤이다. 전 직장에서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퇴사한 이후이다. 더 정확히는 퇴사하자마자 안정 병동에 입원할 정도로 나는 그 직장에서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던 것 같다. 사무실에는 나를 포함한 세 명이 있었는데, 나를 제외한 두 명은 남자 직원이었다. 벌써 클리셰가 그려지지 않는가?


나는 작은 실수에도 모진 소리를 들어야만 했고, 투명 인간 취급받았다. 어떤 날은 인사도 받지 않고 나를 빼놓고 나가서 사무실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퇴근 시간에 되어 퇴근한 나에게 인사도 없이 퇴근하냐며 메신저로 공격적인 말들을 일삼았다. 불안하고 무서운 마음에 전화를 드렸으나 받지 않았고, 다음날 출근했을 때 들었던 말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내가 하온 씨한테 못 할 말 할 것 같아서 일부로 전화 안 받았어 욕할까 봐”


그때부터 나는 그 사람이 공포의 대상이 되었다. 하지만 그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는 웃으며 말했다.


“그건 어제 일이니까 그럴 수 있지, 난 자고 일어나면 다 까먹어”


어제의 공포심이 다 가시지도 않아서 심장이 벌렁벌렁한 나에게 그는 너스레를 떨며 말했다.


“그게 그런 말을 들어야 할 정도로 하온 씨가 잘못한 일인가요?”


아직 그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은 얼굴을 한 나에게 그 당시 주치의 선생님께서 건네신 근본적인 질문이었다.


“글쎄요..”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그뿐이었다. 들어간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인턴 기간도 남아있었던 터라 버티려고 했지만, 굳이 참지 않아도 된다는 엄마와 언니의 말에 나는 굳게 마음을 먹고 그 사람들보다 더 상사인 사람을 찾아가 진단서를 내밀었다.


“사무실에서 두 분이 메신저로 저를 미친년이라고 표현했습니다. 다음에 사람을 뽑으실 땐 남자분으로 뽑으셔야 할 것 같습니다”


다행히 그분께서는 알겠다고 말씀하셨다. 나는 사무실에서 나와 화장실로 도망가서 주저앉았다.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마치, 내가 잘못한 것처럼 두렵고 떨렸다. 간신히 마음을 붙잡고 사무실로 돌아가야 했는데 용기가 나지 않았다. 사무실 건너편에 있는 빈 곳에 앉아 잠시 마음을 가라앉히고 있었는데 나를 힘들게 했던 직원이 상사에게 불려 가는 듯 보였다. 아마, 난 그때 조퇴라도 하고 거기를 나왔어야 했다.


그는 누가 봐도 화가 난 듯한 발소리로 복도를 걸어왔다. 무서운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내가 있던 공간의 문이 부서질 듯이 열렸다. 눈에는 분노가 가득했고 나에게 할 말이 정말 많은 표정의 얼굴이었다. 그는 억울했던 것일까? 성큼성큼 나에게 다가올 때의 공포를 나는 잊을 수 없다. 다행히도 그는 다른 남자 직원분에게 끌려갔다. 심장이 입 밖으로 튀어나올 것 같았다. 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지금 이 상황이 너무나도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나는 당장 그 주에 짐을 정리해서 퇴사했다. 그렇게만 하면 더 이상 힘들지 않을 것 같았다. 그러나 그것은 내 큰 착각이었다.


내 인생의 비극은 거기서부터 시작되었다.


환청, 환청이 들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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