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오랫동안 열지 않은 서랍을 열었다
사이사이 작은 결함들이 끼어 뻐득뻐득해진 서랍은
기묘한 마찰음을 그리며 열렸다
여기저기 기워진 거적때기를 걸친 작은 내가
스스로 적을 것이 없어 구걸하던 내가
더없이 비루한 모습으로 들어있었다
망각의 경계에 서 있던 추억들은
나를 끊임없이 린치하지만
측은함을 이루는 객체를 응시할수록
시각세포는 감정이 담기지 않은 그림만을 그린다
테두리에 맺혀있던 나의 부차 했었던 노력이
지워질 수는 없다며 아우성거리며 비난한다 서랍을 닫고 나니 이미 나는 완성된 지 오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