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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중 INFJ 1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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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피 Dec 06. 2024

까맣다

- 시


검정은 빛을 반사하지 않는다 너도

그렇다 검다고 피해 간다 쉽게

배척당하는 입장이다 어떤 할머니는

혀를 차며 지나갔다 머리카락도 눈썹의 색도

검정인데 대꾸 없이 묵묵히

듣는다 검정은 단순한 색이 아니다

검정은 사람을 따라 걷는다

왼편에, 오른편에 서기도 한다

길 한쪽을 비워두고 걷는다 검정을

품는다 온기를 품고 있다 그래서 따뜻할 수 있다

닿는 그대로 감촉을 느낀다 검정은

손길을 마다하지 않는다 작은

흰털 가닥이 부유한다 이중 모라고

부르고 속털이라고도 부르는

새처럼 쉽게 부유하는 검정을 만진다

검정에게서 부유하면 금세, 서리가

끼고 만다 검정에게서 조금이라도

멀어지면 순식간에 날카로워진다

우리를 베어내고 만다

검정이 들여다본다
빗금 가득한 수심이 투영된다

검정이 운다, 따라 운다 우린

열기로 밀어내고 눈물로 들러붙는다

뒤엉켜 녹은 앙금이 수면으로

떠오른다 덩어리 졌다 응어리진다

응어리는 지방종 같다

누구나 몇 개씩 품고 산다

악성으로 번질수록 응어리는 더욱 단단해진다

검정이 멀어진다
부유한 털가닥은 대기의

밀도와 올라간 높이만큼 체공한다
시계의 건전지 총량처럼 멈춰 선다
검정 역시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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