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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중 INFJ 1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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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피 Dec 07. 2024

언어의 캐치볼

- 시


나만큼 낡아 삐걱거리는 문을 가진 엘리베이터 안

살며시 고개를 숙여 가벼운 인사를 건넸고
슬며시 고개를 드니 따끔한 눈총을 받았다

같은 속도와 세기로 고스란히 던져줄
가벼운 공을 기다렸는데
생각지 못한 날카로운 변화구가
그를 비추던 거울에 박힌 듯
엘리베이터가 크게 덜컹거렸다

가볍게 던진 공이 가볍게 날아올 것이라는
착각은 나의 잘못
잘 지내고 싶은 하루에 대한
여유로움을 건넸을 뿐
커다란 의미를 내포하진 않았는데

아마 캐치볼을 처음 해보는 것이었을 거라
내가 던진 공에 그 사람이 당황했을 뿐
분명 그 사람 역시 나쁜 사람은 아닐 거라

자빠진 감정을 툭툭 털고선
다시 만나 가벼운 공을 건네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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