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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중 INFJ 1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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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피 Dec 06. 2024

그런 밤, 있잖아

- 시


낡은 냉장고의 모터가 윙윙거리며
나지막하게 울리는 밤
불 꺼진 방에서 적막을 바라봐
오늘을 정리하다 뾰족한 의문이

잠옷에 걸려 밤을 넘어가지 못하게 하고 있어
이 밤에 가진 미련은 없는데

시계만 하염없이 테두리를 긁으며 나아가
어둠 속에서 유영하는 빛의 향방
눈에 박힌 형형색색의 부감
현관문 바깥에서 들리는 차단되다만 소음
공기는 더없이 건조하고
온기는 더없이 따뜻해
관자놀이에 땀이 얕게 맺혀
벽 사이로 흐르는 남녀의 목소리
귀 기울이지 않아도 부딪히는 소리가 없어
고막을 훑으며 마음을 때려
불명확성에 기대는 마음 인터넷 사주팔자로
명확성을 기대하지만 불확정성만 확장하고 있어
외로움은 적막을 더해 입에 고요를 칠해
잘 자라는 말 한마디 없이 잠이 들

자신을 보듬어
괜찮아 다 잘 될 거야
또다시 확장하는 불확정성
어디로 가는지 모르는 꿈의 배
몸을 이고 돛을 펄럭여
희망에 부푼 닻을 올리면
혼자임이 명확한 아침이 오겠지

나는 이런 밤을 보내는데
너는 어떤 밤을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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