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냉장고의 모터가 윙윙거리며
나지막하게 울리는 밤
불 꺼진 방에서 적막을 바라봐
오늘을 정리하다 뾰족한 의문이
잠옷에 걸려 밤을 넘어가지 못하게 하고 있어
이 밤에 가진 미련은 없는데
시계만 하염없이 테두리를 긁으며 나아가
어둠 속에서유영하는 빛의 향방
눈에 박힌 형형색색의 부감
현관문 바깥에서 들리는 차단되다만 소음
공기는 더없이 건조하고
온기는 더없이 따뜻해
관자놀이에 땀이 얕게 맺혀
벽 사이로 흐르는 남녀의 목소리
귀 기울이지 않아도 부딪히는 소리가 없어
고막을 훑으며 마음을 때려
불명확성에 기대는 마음 인터넷 사주팔자로
명확성을 기대하지만 불확정성만 확장하고 있어
외로움은 적막을 더해 입에 고요를 칠해
잘 자라는 말 한마디 없이 잠이 들
자신을 보듬어
괜찮아 다 잘 될 거야
또다시 확장하는 불확정성
어디로 가는지 모르는 꿈의 배
몸을 누이고 돛을 펄럭여
희망에 부푼 닻을 올리면
혼자임이 명확한 아침이 오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