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대륙, 8번째 나라, 3번째 도시
캔디에서 홍차 산지인 하푸탈레로 가는 기차는 스리랑카의 아름다운 산과 녹차밭 풍경을 볼 수 있어 유명하다.
"이런 건 도대체 누가 뽑는 거야" 하며 내가 항상 궁금해하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의 하나인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기차 노선" 중 하나라 기차표 경쟁이 생각보다 세다.
우리도 기차표를 구하기 위해서 캔디에 머무는 동안 여러 번 기차역에 방문해야 했다.
캔디 역에 도착하는 쨍한 파란색의 기차를 보면서 아직 기차는 출발도 하지 않았고, 아무 풍경도 보지 않았음에도 이미 파란색과 녹색의 어울림이 얼마나 아름다울까 기대가 됐다.
산길을 구불구불 저속으로 이동하다 보니 거리에 비해서 이동시간은 오래 걸리지만, 기차 안에서 바깥 풍경을 바라보면 지루하지 않았고, 스리랑카 기차에서는 안전만 신경 쓰면 파란색 기차 밖으로 몸을 내밀고 풍경과 함께 사진을 찍을 수 있어 관광열차를 탄 기분까지 들었다.
더 재밌었던 건, 관광객인 우리는 호들갑을 떨면서 기차 밖 풍경과 사진을 찍으려 애쓸 때, 왜인지 스리랑카 현지인 아이가 남편과 사진을 찍고 싶어 했던 에피소드다.
우린 이 에피소드 관련해서 서로 다른 말을 했다.
나는 남편에게,
"저 아이 눈엔 남편이 신기해 보였나 봐~"
그리고 남편은 나에게.
"아니지! 내가 멋져 보였나 봐~"
그래 뭐가 됐든 남편이 행복하면 됐다! ^^
그렇게 하푸탈레에 도착하자마자 남편이 탈이 났다.
(세계일주를 하는 중의 남편은 평소와 다르게 자주 탈이 나고 매 끼니를 꼭 챙겨 먹어야 힘이 생겨서 스스로를 고비용저효율이라 칭하고, 나를 저비용고효율이라고 칭했다.)
낮은 곳에서 해발고도가 1,450m이 되는 고지대에 도착해서일까?
갑작스러운 두통으로 구토를 하고 배낭을 메고 기차역 앞까지 걸어 나가는 것도 힘들어했다.
다행히 기차역 앞에는 기차 도착시간에 맞춰서 손님들을 태우려는 툭툭이 많이 있어서 무거운 짐을 툭툭에 싣고 바로 숙소로 이동했다.
에어비앤비 가정집에 묵는 거라 현지식 저녁을 맛보고 싶어서 신청했던 저녁도 나 혼자 먹으라 하고 남편은 바로 두통약만 먹고 침대에 누웠다.
당일에 갑자기 취소를 할 수 없기도 하고, 음식을 차려준 주인아주머니의 성의를 봐서 음식을 먹으면서도 영 마음이 불편해서 나도 음식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모르게 먹고 바로 방으로 들어갔다.
내일은 다시 건강하게 하푸탈레를 누릴 수 있기를 기도하면서 보낸 첫날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