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대륙, 8번째 나라, 2번째 도시
네곰보에서 캔디로 가는 버스에서 누군가 우리에게 한국어로 말을 걸었다.
한국에서 10년 정도 근무를 하고 지금은 스리랑카에 살고 있다는 스리랑카 현지인이었는데 그때 당시에 듣고도 바로 따라 하기 어려웠던 이름이 지금은 도저히 기억이 안 난다...
한국에 있는 동안 좋은 사장님, 좋은 사람들과 일을 해서 한국에 대한 긍정적인 추억이 있었다는 그는 한국어로 대화하는 우리를 보는 순간 너무 반가워 인사를 건네었다고 했다.
버스 안에 있던 유일한 한국인이었던 우리와 한국에서 근무했던 스리랑카 현지인이 버스 옆자리에서 만날 확률이 얼마나 될까?
스리랑카 버스 안에서 현지인과 한국어로 대화를 나누다니!
여행은 정말 생각지 못했던 상황을 마주하는 새로운 경험의 연속이구나.
신기한 인연으로만 끝날 줄 알았던 그는 작별 인사를 하고서도 버스정류장에서 곤란해하던 우리를 현지인 포스로 도와줬었다.
버스터미널에 내린 후 숙소까지는 툭툭을 타야 하는데 툭툭비를 계산할 잔돈이 없었다.
보통의 여행지에서 툭툭 기사들에게 큰 단위의 돈을 내면 도착지에서 거슬러줄 돈이 없다며 낸 돈을 그냥 다 가지려고 하는 등 실랑이를 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혹시 모르는 분쟁을 피하려고 주변 상가에서 물건 하나라도 사서 작은 단위 돈을 만들고 싶은데 그럴 만한 곳이 안 보였다.
우리가 배낭을 멘 채로 그 자리에서 이동을 못하는 모습을 본 그는 본인도 잔돈은 없다며 주변 현지인한테 돈을 교환해 주었다.
현지인이 나서니 우리한텐 문제였던 것이 아무 문제도 아닌 것이 되었다.
그렇게 고마운 그와 두 번째 작별인사를 하고 캔디 가운데 있는 큰 호수 둘레를 툭툭을 타고 달려 숙소에 도착했다.
숙소 자체는 평범한 게스트하우스로 큰 특색이 없었지만 주요 시내에선 조금 떨어진 곳이라 그런지 주변에 현지인들의 집과 학교가 있었다.
체크인을 마친 숙소에 짐을 놓고 식사도 하고 동네도 익힐 겸 걸어가는데 마침 초등학생들의 하교 시간이어서 아이들이 삼삼오오 짝을 지어 손을 잡고 집으로 가는 모습을 보게 됐다.
아이들이 낯선 외모의 우리를 보면서 신기해하다가 우리가 인사를 하면 수줍어하면서도 같이 손을 흔드는 모습이 귀여웠다.
좋은 첫인상으로 처음부터 마음에 들었던 스리랑카가 캔디행 버스에서 만난 친절한 현지인뿐 아니라 순박한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더 좋아졌다.
여행은 그곳의 볼거리나 먹거리도 중요하지만 결국엔 사람이구나를 다시 한번 깨달은 시간이었다.
캔디에서의 여행은 첫날부터 스리랑카 사람들의 친절함과 미소로 기분 좋게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