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제일 텃밭작물 뽐내기 대회
제1회 텃밭 콘테스트 : 누가 누가 제일 예쁠까?
개회사 : 에헴! 안녕하십니까? 아무것도 모른 채 무작정 텃밭을 분양받아 시작한 지 약 두 달가량 되어갑니다. 이런 초보 농부에게도 무언가를 내어주는 텃밭의 노고에 감사드리는 바입니다. 게다가 밭은 얼마나 무슨 일을 쉼 없이 열심히 하길래 같은 듯 매번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지 고마울 따름입니다. 씨앗들이 잎을 내고 꽃을 피우며 열매를 맺기까지 힘들었을 텐데 잘 버텨주고 이겨내줘서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그 기특함을 칭찬하면서 애씀과 예쁨을 자랑하고자 이번대회를 개최하게 되었습니다. 출전한 선수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시고 다소 미흡한 부분이 있더라도 많은 격려와 박수를 부탁드립니다.
기호 1번 : 감자
안녕하세요. 포슬포슬 감자입니다. 감자에 싹을 틔워 땅에 심으면서 과연 감자가 달릴까 하고 걱정하셨죠? 저 땅속에서 엄청 열심히 노력했어요. 보시다시피 제법 통통한 감자도 만들어냈고요. 한 달 정도만 더 기다려주시면 훨씬 더 그럴싸한 감자를 만들어낼게요. 그때까지 믿고 기다려주세요.
기호 2번 : 토마토
반갑습니다. 저는 토마토, 그것도 짭짤이 토마토입니다. 제 옆에 대추 방울토마토도 자리 잡고 있는데 제가 토마토 대표로 출전했습니다. 흔들리지 않도록 지지대를 잘 만들어주셔서 뻗어 올라갈 수 있었어요. 감사함에 보답하도록 열심히 붉게 물들여서 맛있는 토마토로 만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동글동글 탐스럽고 예쁘게 생겼죠? 붉은빛으로 변신하면 훨씬 더 예쁠 테니까 기대해 주세요.
기호 3번 : 당근
기분 좋은 노래 '당근송'의 주인공 당근입니다. 씨앗을 많이 뿌려 무성해진 잎을 솎아주느라 세상에 먼저 나온 애기당근입니다. 저 너무나 귀엽지 않나요? 여러 차례 솎아주어야 남은 당근들이 통통하고 커다랗게 자랄 수 있거든요. 그래서 제가 희생한 거예요. 작기는 해도 향이냐 색깔에서는 결코 밀리지 않아요. 애기당근의 연한 잎으로 전이나 나물도 만들어먹을 수 있으니 버리지 마시고 잘 활용해 주세요. 솎아줘서 이제 땅속에 공간이 생겼으니 좀 더 통통한 어른당근도 만날 수 있을 거예요. 어른 당근 돼서 다시 만나는 그날까지 안녕히 계세요.
기호 4번 : 오이
오잉? 오이? 네네! 저 오이 맞아요. 너무 작게 매달려서 깜짝 놀라셨죠? 작지만 그냥 맨손으로 만지면 안 돼요. 가시가 제법 뾰족하거든요. 어쩌면 벌레가 갉아먹지 못하도록 무기를 가지고 자라고 있는지도 몰라요.
귀여운 모양으로는 제가 일등 아닐까요? 다른 출전선수들도 모두 훌륭하지만 귀여움 부문 상은 제가 받고 싶었는데 위에 당근 보고 살짝 긴장되긴 하네요. 결과가 어떻든 제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더불어 이런 좋은 자리에 초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기호 5번 : 호박
안녕하세요. 호박꽃도 꽃이고 수박보다 예쁘다고 주장하는 호박입니다. 사실 이 밭에서 비료 없이 호박 역할하기가 힘들어요. 그래서 제 동료들도 고군분투 중이지만 크기를 키우지 못하고 멈춰있더라고요. 그래도 친환경과 유기농의 좋은 점을 아니까 모두 이해는 하고 있는 분위기예요. 이런 환경 속에서도 열심히 애쓰고 있다는 점 꼭 높이 평가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말 나온 김에 하나 더 말씀드리자면 더 이상 못생김의 대명사로 호박 사용하지 않아 주셨으면 좋겠어요. 이상입니다.
기호 6번 : 고추
만나서 반갑습니다. 기호 6번 고추입니다. 청양고추, 롱그린 고추, 꽈리고추 3종을 대표해서 롱그린고추인 제가 출전할 수 있게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실 가장 먼저 열매를 맺었거든요. 다들 아시겠지만 저는 아삭아삭 식감이 아주 좋고 비타민도 풍부하게 가지고 있습니다. 다만 잎 뒤에 진드기가 자꾸 붙어서 저를 괴롭히는 게 힘드네요. 가끔 마요네즈 섞은 물을 뿌려주시면 진드기 물리치고 더 많은 고추를 만들어볼게요. 항상 신경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상 후보 선수들의 이야기들을 잘 들어보았습니다. 모양도 색도 모두 다르지만 한결같이 자기의 위치에서 노력하는 모습이 아름답습니다. 투표는 오늘 자정까지 ARS로 받으려 하였으나 후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어느 하나만을 특정해서 시상하기 어렵다는 판단하에 전원 공동수상으로 결정하였습니다.
자! 그럼 다 같이 축제를 즐겨주시기 바랍니다. 끝까지 자리를 지켜주신 내빈 여러분과 관계자 여러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