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년보다 벚꽃이 이른 개화를 하면서 흐드러지게 핀 봄 벚꽃을 즐기지 못했다. 주말에 벚꽃 놀이를 하자며 별렀지만 미리 쏟아진 이틀간의 비로 그마저도 물거품이 되었다. 그렇게 주말이 되고 아무런 기대도 없이 산책을 하고 있었다. 그러다 저 멀리 솜사탕처럼 하얀 나무가 보였다. 벚꽃이었다. 연둣빛 잎을 틔워낸 벚꽃 나무 동지들 사이에 홀로 피어있는 그 나무가 반가웠다.
"아직 벚꽃이 있네. 이번엔 못 볼 줄 알았는데 가서 사진 찍자."
바람을 맞으며 계단을 두세 칸씩 뛰어올라 그 앞에 섰다. 이 나무도 불과 며칠 전까지는 꽃이 피지 않아 마음고생을 했으리라. 카메라 앵글에 자신을 담지 않도록 노력하는 상춘객들의 모습에 적잖이 슬퍼했으리라. 그러나 나는 제대로 구경도 못하고 지나칠 뻔한 봄의 찰나를 뒤늦게 핀 벚꽃 한그루 덕분에 즐길 수 있었다. 감사한 순간이었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또래보다 늦은 구석이 보이면 조바심이 난다. 한글을 늦게 깨치고, 자전거를 늦게 배우고, 키가 늦게 크는 사실들이 걱정거리가 된다. 그러나 어느 순간이 지나고 나면 왜 고민을 했지 싶게 능숙하게 해내고, 평범함 속으로 들어가는 아이를 보면 그제야 안도한다.
아이들도 제 나름의 속도가 있다. 그 속도에 맞춰 꽃을 피운다. 그리고 그렇게 늦게라도 피운 꽃은 더 화사하고 위풍당당하게 기쁨이 된다. 이것을 잊지 말자. 조바심을 내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