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9살 엄마 09화

내가 만난 이상한 사람들

나비와 함께하는 나의 마음가짐

by 솔이

내 기억 속 가장 어린 시절에 만난 이상한 사람은 국민학교 5학년 때 담임 선생님이었다. 성함도 똑똑히 기억나는 그분은 화가 참 많으셨다. 그리고 그 화를 5학년 아이들에게 폭력으로 가감 없이 표현하셨다.


그 일은 양파 프레파레트 만들기 실험을 할 때 일어났다. 양파 속껍질로 프레파레트를 만들어 현미경으로 관찰하는 실험이었는데, 나는 먼저 내 것을 완성하고 친구들 것을 도와주었다. 서툰 손길로 양파 껍질이 찢어지지 않을 정도로 평평하게 펴는 것은 나름 기술이 필요했다.


친구들을 도와주고 내 것을 관찰하려고 자리로 왔는데 내가 만든 프레파레트가 망가져 있었다. 순간 너무 당황했고 무서웠다. 내 관찰 차례가 코앞이었는데 다시 만들 수 도 없었다.


그렇게 선생님과 마주했고 선생님은 소리를 지르셨다. 뺨을 맞았고 2, 3 분단 사이를 가르며 교실 뒤쪽까지 날아간 듯한 느낌이 들었다. 놀라고 무서워서 울음도 나지 않았다. 어떻게 남은 수업을 듣고 집으로 돌아왔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그런 분이었다. 나뿐만 아니라 우리 반 아이들 모두가 두려워했던 담임 선생님.


그다음으로 만난 이상한 사람은 고등학교 친구였다. 어울리는 무리가 달랐지만 동아리 활동을 하며 친해진 친구였는데, 나에게 자기가 친하게 지내는 무리의 친구들 험담을 계속했다.


나는 그 친구의 말을 들어주며 마음속 깊이 의문을 갖게 되었다. '아니, 이 정도로 그렇게 그 친구들이 불편하면 같이 놀지 않으면 될 텐데 이렇게 까지 험담을 하면서 왜 같이 어울리는 거지?'


그때는 그 친구가 마음이 여려서 함께 노는 친구들에게 똑 부러지게 말을 못 해서 그런가 보다 생각했다. 그래서 그 마음 여린 친구가 참으로 짠하게 느껴졌다.


세상에! 그 마음 여리다고 생각했던 친구가 내 험담도 그렇게 하고 다니는 줄 몰랐다. 나중에 반에서 모든 오해가 풀렸지만, 진짜 이상한 친구였다.


결국 그 친구는 자기가 피해자이고, 주변의 친구들은 다 자기를 힘들게 한다고 생각하며 지냈던 거 같다. 어찌 보면 참 불쌍한 사람이기도 했다.


세 번째 이상한 사람은 회사의 사수였다. 일은 가르쳐주지 않으면서 잡다한 업무는 팀원들에게 떠넘겼다. 결과를 내거나 성과가 명확히 드러나는 일만 자기가 맡았으며 능력이 뛰어난 직원을 질투하고 정말 유치하게 괴롭혔다. 사생활로 인한 감정기복 때문에 회사일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 사람이었다. 이런 사람은 드라마의 악역으로만 있는 줄 알았는데 실제로도 존재해서 정말! 너무! 신기했다.


다행히 스치듯 지나는 인연 외에 나와 큰 접점이 있는 이상한 사람들은 이 정도인 것 같다. 그리고 이제 소소한 이상함(?)은 사람들의 개성으로 넘어갈 수 있는 마음의 여유도 생겼다.


그저 나도 누군가에게 약간 이상하지만 그런대로 괜찮은 사람이길 바랄 뿐이다. 이건 내가 나비에게 바라는 모습이기도 하다. 나는 나비가 성인이 됐을 때 정신적 그리고 경제적으로 독립된 어른이 되길 바란다. 부모의 그늘을 벗어나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며 멋지게 자신의 인생을 살아가길 바란다.


그래서 오늘도 더욱 아이를 잘 살피고 가르쳐야겠다고 다짐한다. 약간 이상하지만 그래도 괜찮은 어른으로 자랄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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