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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피가드너 Mar 16. 2024

센트럴파크에 지금 가면, 만날 수 있는 것들


도심 속 자연공원, 센트럴파크의 이른 봄을 만나고 왔다. 

꽃샘추위로 봄이 온 것을 실감하지 못하다가, 모처럼 날이 따뜻하고 화창해서 맨해튼으로 향했다. 


센팍에 도착하자, 바로 보이는, 관광객을 태운 마차와 자전거 타는 사람들은 언제봐도 경쾌하다. 오래 전의 모습을 그대로 유지해선지, 세계적인 공원답지 않게 들어가는 입구도 소박하고, 정겹다. 지난 늦가을, 이곳을 방문했을 땐 단풍을 보려는 관광객들로 가득했는데, 지금은 현지인 같은 사람들만 도심 속 자연을 즐기고 있었다. 앙상한 나뭇가지 사이로 노란 산수유가 멀찌감치 병풍처럼 피어있어, 반가운 마음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이제 막 피기 시작한 산수유의 향긋한 노란 물결을 보니 마음 한편이 설렌다. 혹독한 겨울을 보내고, 무사히 살아 돌아왔음을 세상에 알리는 거 같아, 반갑고 감사하다. 마른 나뭇가지에 몽글몽글 핀 꽃을 만져보니, 이제 막 태어난 아가의 속살처럼, 부드럽고 연하다. 맵시가 뛰어나진 않아도, 칙칙한 색의 고층 건물과 자그마한 노란색의 꽃이 안 어울리듯 또 멋지게 어울렸다.  


고층 건물을 배경삼은 산수유


산수유를 지나, 마천루 사이의 호수 쪽으로 걸었다. 이곳은 재클린 오나시스 저수지(Jacqueline Kennedy Onassis Reservoir)로 호수, 공원, 건물군이 한눈에 들어온다. 작년에 왔을 땐 화려하게 핀 꽃을 보느라, 마천루의 아름다움과 호수에서 노니는 청둥오리가 눈에 들어오지 않았더랬다. 아직 꽃이 피기 전이라, 자연스럽게 눈길이 호수를 향했다. 여백이 주는 여유랄까? 호수에 비친 건물도 자세히 보이고, 윤슬도, 빈 나뭇가지 사이로 파란 하늘도 유난히 맑고, 푸르다.  

센팍의 1/8을 차지한다는 재클린 오나시스 저수지


호수의 다른 한쪽에 있는 베데스다 분수에는 '물의 천사'(Angel of the Wters) 란 이름의 천사 동상이 분수의 중심에 있다. 동상 아래에는 '건강, 순수, 평화, 절제'를 상징하는 조각이 있다.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를 비롯해 많은 영화와 드라마에 등장했다는데, 아직 초봄이라 분수대의 물을 나오지 않았다. 분수를 바라볼 수 있는 유럽 스타일의 고풍스러운 테라스 또한 센팍의 인기 있는 장소 중 하나이어선지, 유독 사람들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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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데스타 분수와 테라스


분수를 지나, 센팍의 자연 숲길을 걷다 보니, 꽃과 식물들은 질서 있게 그들의 시간에 맞춰 꽃필 준비를 하고 있었다. 수선화는 이미 꽃이 피었고, 목련은 이제 도톰한 꽃봉오리가 곧 터질 듯하고, 벚꽃도 이제 막 피기 시작했다. 필 때, 질 때를 알고, 자연의 흐름대로 사니, 조급할 필요도 없겠다.  


차례로 피고 있는 꽃


센트럴파크는 조경 건축의 걸작으로, "자연을 통해 사람의 심성을 정화하고, 일상 속 스트레스를 해소한다."는 기본 정신을 지금까지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도시와 균형을 이루면서도 야생 숲 같은 자연의 풍경을 누구나 맛볼 수 있도록 무료로 제공한다. 공원 운영비 80%가 주변 고급 아파트 주민의 기부에서 나온다고 하니, 놀랍다. 자기들이 받은 공원의 혜택을 기부로 답례하는 것이라니! 참! 멋지다.     

  

잔디 광장과 센팍 표지판


꽃이 아직 없는 초봄이라 별 기대 않고 센팍을 갔다가, 오히려 많은 것을 보고 왔다. 만개한 꽃은 아니었지만, 그래서, 더 잘 보였던 여백의 여유를, 자연의 질서를, 이른 봄의 설렘까지 함께 느꼈다. 160년 전에도, 이 삭막한 공터에 '희망의 씨앗'을 뿌리며 나누고 싶었던 건 "자연과 함께 사색하고 성찰하라"가 아니었을까? 좋은 공기 마시며, 자연 속을 하루 종일 걸어 다녔더니 빼곡했던 정신도 리셋되는 것 같다. 또다시 숨을 고르고, 새로운 시작을 꿈꿔 본다.


공원의 무명 음악가들




센트럴파크의 봄을 읽어 주셔서 감사드리며, 바쁜 일상으로 쉼이 필요하신 분들께 위로의 리스 보내드려요. 

['서툰 인생, 응원합니다.' 연재 브런치 북은 매주 만든 소품을 함께 올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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