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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피가드너 Mar 23. 2024

브런치와 정원의 닮은 점 3가지


겨우내 얼었던 땅이 녹고, 봄이 오자, 작은 정원에도 반가운 꽃들이 보인다. 겸손한 꽃 헬레보루스와 자그마한 동백의 우아한 자태가 어찌나 예쁜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바라보고 있었다. 문득, 조금씩 자리 잡아가는 3년 차 정원이, 브런치란 글 정원에서 고군분투하는 나의 모습과도 비슷하단 생각이 들었다.



봄소식을 알리는 헬레보루스와 동백




막막한 시작, 전체적인 설계와 자료수집

3년 전, 조그맣게 텃밭만 하던 뒷마당에 정원을 꾸미기로 절정하자, 뭘, 어떻게 심어야 할지 막막했다. 보기 좋은 꽃을 심어보지만, 다른 꽃들과 어울리지 않고, 너무 도드라져 전체적으로 예쁘지 않았다. 몇 번의 실패를 경험하고, 다시 원점으로 돌아와, 어떤 콘셉트의 정원을 만들 것인지, 우선 책을 구입해 공부하고, 자료를 수집했다. '쉼이 있는 감성 정원'이란 주제를 정하고, 설계도와 자료조사를 끝내자, 정원을 채워가는 데 한결 자신 있어졌다. 글 쓰는 것도 이와 많이 닮았다.      


내 감성만 믿고, 글을 쓰다 보면, 서로 조화가 안 된 채 가져다 놓은 예쁜 꽃처럼, 주제도, 문맥도 서로 어우러지지 않아 필시 '아무 말 대잔치'다. 하고 싶은 말을 주저리주저리 썼다 지우기를 반복하며 많은 시행착오를 거친다. 시작이 어려운 것에 대해 은유 작가는 '글쓰기 상담소'란 책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글 쓰기의 첫 번째 필수공정은 자료조사이다. 자료 찾기는 자신감을 '셀프'로 충전하는 일이다. 아는 만큼 보이고, 느낀 만큼 쓸 수 있으므로 자료를 모으는 정도에 비례해 글 안에서 자유를 누릴 수 있다."라고....탄탄한 자료를 기반으로 전체적인 글의 설계를 한다는 점은 정원 설계와 비슷하다.


과정은 고단, 땀과 수고의 결정판

정원에 무엇을 어떻게 심을지 설계하고, 충분한 자료조사가 끝나면, 정원 지기들은 본격적으로 정원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며 땀을 흘린다. 계절별로 씨앗을 파종해서 모종도 만들고, 미리미리 구근도 심어놓는다. 무한정으로 세력을 확장하는 잡초도 뽑고, 아침저녁으로 빠짐없이 물을 주는 것은 기본! 한여름에는 모기와의 전쟁도 견뎌야 한다. 봄빛. 여름 땡볕, 가을 햇살에 얼굴이 그을리고, 손이 거칠어지고, 땀범벅 되어도 별로 개의치 않는다. 열심히 노력한 대가로 하나씩 채워지는 정원이 보여서다. 브런치에 글 올리는 마음가짐과도 같다.


글도 설계가 끝나고, 어느 정도 윤곽이 잡히면, 나름 혼신의 힘을 다해 글을 쓴다. 모든 글쓰기 책에는 좋은 글을 위해 "많이 쓰라"라고 충고한다. 그러니 하루 중 많은 시간을 투자할 의지가 있어야 한다. 머리를 쥐어짜서 글을 쓰고 나면, 또 많은 시간을 들여 퇴고해야 한다. 맞춤법 확인은 기본이고, 안 좋은 글 습관이 있는지, 의도한 바를 잘 표현했는지 꼼꼼하게 확인해야 한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만큼이나 고단하지만, 한 꼭지의 글을 완성하고 브런치의 발행! 을 누르는 순간 그 힘듦은 다 잊는다. 땀 흘린 양만큼 정원은 아름다워지는 것처럼, 차곡차곡 쌓이는 글을 보는 흐뭇함이랄까?  


받은 선물은, 치유와 성찰

정원을 가꾸면, 마음이 치유된다는 말은 정신과 의사인 스튜어트 스미스가 쓴 “정원의 쓸모”란 책에도 자세히 나와 있다. "우울증, 공황, 트라우마, 불안, 강박증 같은 심리적인 문제를 가진 현대인들이 식물을 심고 가꾸며 힐링한다는 내용"이다. 정원이란 나만의 공간에서, 남의 시선 의식하지 않고, 오롯이 나에게 집중하며 맡는 흙냄새는 언젠가 돌아갈 고향 같아 편안하다. 씨앗이 모종이 되고, 꽃이 되어, 열매를 맺고, 그 과정을 작은 쉼터에서 즐길 수 있음은 진정한 힐링이고 치유다. 글을 통해서도 같은 감정을 느낀다.


고요한 새벽, 글이 쓰고 싶어 일어나 커피 향을 즐기며, 컴퓨터 앞에서 나를 만나는 시간만큼은 이 세상의 모든 소란과 잡념으로부터의 해방이다. 풀릴 것 같지 않았던 감정들, 무의식 속의 갈등들, 잊히지 않는 그리움도 글을 쓰며 많은 부분 해소된다. 과거를 만나며 위로받고, 현재의 삶을 돌아보며, 미래를 꿈꾸며 좀 더 나은 삶으로 갈 용기도 얻는다. 새내기 작가가 브런치란 글 정원에서 글을 쓰기 시작하고, 힘에 부치고, 어려웠을지라도 분명 치유하고 성찰했음을 믿는다. 


정원과 브런치에서의 글쓰기

하나는 육체노동, 다른 하나는 정신노동이라 서로 어울릴 듯, 아닐듯하기도 하다. 그럼에도 둘 다 준비하고, 혼신의 힘을 다해야 하고, 그를 통해 치유함은 비슷하다. 꽃이 빨리 피었다고, 혹은 안핀다고 서운해할 필요도 없다. 정원에서도 더디 핀 꽃들은 늦게까지 피어있더라. 브런치란 글 정원에서도 그러리라 위안을 해보며, "당신이 정원과 서재를 가지고 있다면, 원하는 모든 것을 가진 것이다."라는 세네카의 말을 조금 이해할 것도 같다.




브런치 글 정원에서, 아름다운 꽃을 피우고 계신 작가님들과 정원산 헬레보루스로 만든 소품 함께 나눕니다. 

꽃이 들어 있는 화병은 깨진 화분을 이용해 만들었어요. 

['서툰 인생, 응원합니다.' 연재 브런치 북은 매주 만든 소품을 함께 올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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