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 있었던 부부 모임에서 2세들에게 《바톤터치를 잘해야 한다》는 주제로 여러 의견을 나누는 중이었어요. 어떤 분은 정신적 유산을 제대로 전하지 못한 거 같아 걱정이라고도 하고, 꼭 말로 하진 않았어도 부모의 삶을 대하는 태도를 보고 자식들이 깨닫는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Baton touch! 넘겨준다!
우리는 싫든 좋든 부모로부터 많은 것을 물려받습니다. 의도적으로 교육받기도 하고, 간접적으로 몸에 배기도 하지만, 분명한 건 나 스스로 시작할 수는 없다는 점입니다. 부모와, 또 그 부모의 수많은 사람의 바톤을 이어받고 나서야 스스로의 몫을 뛸 수 있게 되니까요. 그렇게 시작한 삶은 '이어달리기'처럼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고, 미래를 준비하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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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과 함께 달리는 인생 첫 구간에선 두려움이 없습니다. 아무것도 모르고 달리기를 시작했지만, 돌멩이도 미리미리 치워 안 넘어지게 하고, 설혹 놓쳤다 하더라도 다시 손에 쥐여주니 걱정 안 해도 되지요. 양옆에서 든든한 손이 바톤을 함께 잡고 가니, 자연스럽게 부모의 보폭만 맞추며 따라가면 무난하게 지나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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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움 없이 혼자 뛸 수 있게 되면, 이젠 내 손에 잡은 바톤만 잘 잡고 앞을 향해서 달리면 됩니다. 부모님이 함께 뛰지는 않지만, 좀 더 좋은 기록을 내라고 부지런히 길 안내를 해주니까요. 중간중간에 갈증이 나면, 물도 주고, 땀이 나면 수건으로 땀도 닦아줍니다. 힘을 다해 뛰느라 숨도 가빠지고 쉬고 싶기도 하지만, 다음 구간의 성공적인 바톤터치를 위해 견딥니다. 사이사이 격려를 받으며 무사히 그 구간을 건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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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구간에서 열심을 낸 만큼 이 구간을 달릴 때는 한결 여유롭습니다. 예쁜 꽃길이 양옆으로 줄지어 있어, 꽃향기에 취해 보기도 하고, 우거진 나무 사이를 지날 때 부는 감미로운 바람의 숨결도 느껴봅니다. 새로운 길도 지나가고, 스스로 잘 뛸 수 있으니 더욱 열심을 냅니다. 달리기의 우승은 내 것 같은 자부심이 드는 순간, 바톤터치를 하니, 이젠 두 사람이 함께 뛰어야 하는 '2인 1조'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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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발을 맞추는데, 잡은 손이 의지는 되지만, 어렵기도 해요. 서로의 마음을 읽어야 하고, 호흡을 잘 맞춰야 바톤을 떨어트리지 않으니까요. 보폭과 뛰는 방법이 서로 달라서 시행착오와 다툼도 겪으며 오늘 뛰지 않으면, 세상이 멸망할 것처럼 씩씩하게 앞을 향해 달립니다. 거리낄 것도 없고, 자신감이 충만합니다. 조금 지나, 새로 들어선 구간은 다양한 길을 가야 하는 어려운 코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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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의 양손을 하나씩 내어주고 네 사람이 보폭을 맞춰가며 뛰어야 합니다. 누구 하나라도 넘어지면 안 되니 중심을 잡고, 수시로 잘 따라오고 있는지 살펴봅니다. 내가 잘 달릴 뿐 아니라, 잡고 있는 손이 잘 뛰도록 지혜를 모아 있는 힘을 다해 뜁니다. 탄탄한 길을 지나기도 하고, 모래밭에 발이 푹푹 들어가기도 합니다. 비가 오면 잠시 피하고, 천둥번개가 치면 대책 없이 맞기도 하고요. 무사히 바톤을 받아, 다음 구간에 들어섰습니다.
here and now!
무슨 일인가요? 오랜 시간 앞만 보고 뛰다 곁눈질을 하니, 못 보던 푸른 산도, 너른 풀밭도 곳곳에 펼쳐져 있습니다. 오솔길을 따라 느긋하게 걸으며 맡아지는 풀 내음과 봄날의 향기가 그렇게 편안할 수가 없어요. 더 이상 뛰지 않고 걸어도 뒤떨어질까 봐 조바심 나지 않고, 바톤을 떨어트려도 당황하지 않습니다. 바톤을 잘 받아 좋은 성적을 내더라도, 아차 하는 순간, 갑자기 떨어뜨리기도 하고, 어느 구간에선 넘어졌지만, 다시 일어나 박수 받기도 함을 알기 때문이지요.
글 서두에서처럼, 자식에게 무슨 정신적 유산을 남겨 줬을까? 를 생각해 보면, 아직도 자신 있게 말이 나오진 않습니다. 다만, 바톤 터치를 하며 뛰었던 구간마다, 살아온 삶들을 내 방식대로 전해주기는 한 것 같아 작은 위안은 해봅니다. 바톤의 의미를 알고, 잘 이어가기 위해 치열한 노력을 했음도요.
독자분들은 어떤 의미의 바톤을 들고 계시나요?
오늘도 바톤을 들고, 열심히 달리시는 분들께 '환영합니다'란 의미의 빈티지 월컴 사인판을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