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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사람 만나세요, 근묵자흑(近墨者黑)

by 공감의 기술

까마귀 싸우는 골에 백로야 가지 마라.

성난 까마귀 흰빛을 세올 세라(시기하니)

청강에 맑게 씻은 몸 더럽힐까 하노나.

-영천 이씨


이 시조의 저자 영천 이씨는 고려 말기 충신 정몽주의 어머니입니다. 혼란한 정국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역모가 끊이지 않는 조정에서 고통받는 아들을 안타까이 여겼습니다. 이성계에게 병문안하러 가는 날, 팔순의 노모는 간밤에 꿈자리가 불길하니 아들에게 가지 말라고 애원하며 불렀다는 시조입니다.

어머니의 슬픈 예감대로 정몽주는 그날 밤 피살되었다고 전해집니다.


가까울 근(近), 먹 묵(墨), 사람 자(者), 검을 흑(黑)인 근묵자흑(近墨者黑)은 먹을 가까이하면 검어진다는 의미로 나쁜 사람을 가까이하면 자신도 나쁜 행동에 물들기 쉽다는 사자성어입니다.




"친구를 잘 사귀어라"

"나쁜 친구와 어울리지 마라"

"좋은 사람 많이 만나고 좋은 사람이 되어라"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던 이야기입니다.


어릴 때 천재라고 불리던 친구가 있었습니다. 하나를 알면 열을 깨우치는 영특함으로 공부는 말할 것도 없고 학교에서 모든 기대를 한 몸에 받았습니다. 고등학교 2학년이 되면서 불량학생들과 어울려 다녔습니다. 술과 담배를 하고 놀면서 공부와는 점점 담을 쌓았습니다. 전교 1등을 놓친 적 없던 성적은 졸업할 무렵 교내 중간 정도로 곤두박질쳤고 그저 그런 대학에 겨우 들어가는 처지가 되었습니다.


반면에 시골에서 올라와 입학한 또다른 친구는 학교에서 존재감이라고는 1도 없었습니다. 초반에는 성적이 별 볼 일 없었는데 1학년 2학기부터 성적이 꾸준히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졸업할 무렵에는 상위 1%에 들어 유명 대학에 진학하였습니다. 나중에 알게 된 비결은 이랬습니다. 이 친구가 살던 하숙집에는 공부를 잘하는 학생들만 있었습니다. 처음엔 따라가기 힘들었지만 친구들에게 배워가며 공부하는 방법과 요령을 알게 되면서 공부에 재미를 느꼈고요. 선의의 경쟁을 하며 지지 않으려는 오기도 발동해 성적이 일취월장으로 올랐다고 합니다. 그런 친구들을 만난 것이 인생의 행운이었다고 회상했습니다.




좋은 사람을 사귄다는 건 행운을 부르는 방법 중 하나입니다.

좋은 사람과 친해지면 좋은 사람 주위의 좋은 사람들도 만납니다. 좋은 사람들하고만 어울립니다. 좋은 사람들이 많으니 다툼도 적습니다. 사람으로 인해 생기는 속상하고 상처 받는 일도 별로 없고요. 아플 때는 위로하고 힘들 때는 용기를 주며 서로 도와주는 사람들이 대부분입니다. 험한 세상을 살아가는데 외롭지 않습니다. 힘이 되는 사람들이 똘똘 뭉쳐있으니 성공하기도 수월합니다.


반면 나쁜 사람과 어울리면 자연스레 나쁜 사람에 둘러싸입니다. 겉으로는 웃고 있으나 속마음은 속고 속이는 암투가 벌어집니다. 믿음은 배신이 되고, 시기를 당하고 사람 때문에 상처를 받습니다. 남을 속이거나 다치게 하여 큰 이익을 챙겨가는 비열한 인간이 기뻐하는 것도 잠시, 똑같이 당해 한순간에 모든 걸 잃기도 합니다. 항상 경계하고 자나 깨나 조심하고 살아야 하니 하루라도 마음 편한 날이 없습니다. 스트레스로 심신이 망가집니다.

좋은 운을 부르고 싶다면, 행운을 가지고 싶다면 좋은 사람을 만나야 합니다.




"친구 잘 사귀어라. 좋은 사람 만나라"

어릴 때부터 들어왔던 말을 나이가 든 지금 후배에게, 아이에게 그대로 이야기합니다.

좋은 사람을 만나고 사귀려면 우선은 나부터 좋은 사람이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럼 '나는 좋은 사람일까?' 스스로에게 물어봅니다.

의도적으로 상처를 준 건 말할 것도 없고, 본의 아니게 아픔을 준 경우도 적지 않았을 겁니다. 상처를 주고받은 1:1 당사자보다 주변 사람들의 반응이 더 서운하고 실망한 적도 있었을 거고요. 알게 모르게 상처를 주고받으며 살아갑니다. 평소에도 말과 행동은 신중하게 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좋은 사람과 마음을 터놓고 사귀려면 나 자신이 먼저 진심을 다해야 합니다. 내가 먼저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존재가 되어야 합니다. 다들 좋은 사람인데 나만 이기적이라면 관계가 지속될 수 없습니다.


근묵자흑, 주위 사람들에게 나는 어떤 존재인지 되돌아보게 하는 말이었습니다.

후배들에게, 지인에게, 아이에게 "나쁜 친구와 어울리지 마라, 좋은 사람을 만나라"는 말을 하기 앞서 "네가 먼저 좋은 사람이 되어라"라고 해야겠습니다. 아울러 주위에서 나를 먼저 찾는 좋은 사람이 되도록 스스로도 애를 써야겠습니다.






사진 출처 : 네이버 블로그 bettersmile28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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