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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감의 기술 Dec 20. 2020

안 좋은 일이 생길 땐 생각을 달리 해봅니다.

 빳빳한 종이를 넘기다 손가락을 베입니다. 살이 배인 틈으로 선붉은 피가 흘러나옵니다. 황급히 피를 닦지만 인상은 잔뜩 찌푸립니다.

 멀쩡히 길을 가다 돌부리에 걸려 휘청거립니다. 중심을 잡으려 애써 보지만 여지없이 넘어집니다. 아프기도 아프지만 쪽팔립니다. 이깟 돌멩이를 패대기치고 싶지만 무심한 돌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습니다.

 모처럼 아무것도 하기 싫은 날, TV를 보며 격렬하게 아무것도 안 하려는데 TV가 먹통입니다. 리모컨을 아무리 눌러도, TV를 껐다 켰다 두들겨 패도 모니터는 한치의 미동도 없습니다. 격렬하게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는 순간부터 격렬하게 움직입니다.

 한여름 가장 무더운 날, 그것도 휴일 대낮에 에어컨이 맛이 갔습니다. 몸에는 땀이 주르르 흐르고 옷은 이미 땀으로 흠뻑 젖었습니다. 고객 센터로 연락했더니 여름 성수기라 3일 뒤에나 출장 수리가 가능하다고 합니다. 짜증에, 욕설이 절로 튀어나옵니다.

 주차장에 주차된 많고 많은 차들 중에 하필 내 차에 날아가는 새들이 볼일을 잔뜩 봐놓았습니다. 사람한테 무시당하는 것도 서러운데 이젠 이놈의 새들까지 오래된 차라고 무시하는 것 같아 열 받습니다.

 어디 가서 말도 못 하는, 누구나 겪는 안 좋은 일들입니다.


 애써 준비하고 심혈을 기울인 프로젝트를 발표하려는 순간 이미 다른 회사에서 선수를 쳤습니다. 이 소식에 망연자실합니다. 하필 이런 때에 평소 무탈하게 잘 지내신다던 부모님은 아프다고 연락을 합니다. 거듭되는 악재로 평정심을 잃어버립니다. 별다른 어려움 없이 학교 잘 다니는 줄 알았던 아이가 왕따를 당하거나 게임에 빠져 성적이 곤두박질을 칩니다. 안 그래도 회사 일로 정신없고 부모 일로 심란한데 자식까지 애를 먹이니 그야말로 사면초과입니다.

사심 없이 지내던 친구가 느닷없이 배신을 때리고, 어느 날은 돈문제로 골치가 아픕니다.

그럭저럭 잘 굴려가던 사업이 예상치도 못한 경제 상황에 휘청거리다 쓰러지기 직전입니다.

내 힘으로는 어쩔 수 없는 상황 앞에서 그저 무기력한 인간의 한계를 느낍니다.

누구나 한 번쯤은 겪는 안 좋은 큰일들입니다.


 지금껏 수도 없이 겪었지만 안 좋은 일은 왜 연달아 일어나는지 모르겠습니다.

 겹경사가 생겨도 모자랄 판에 설상가상이 더 자주 생깁니다. 한 가지 안 좋은 일을 당해도 머리가 아픈데 두 개, 세 개 한꺼번에 터지면 멘붕에 빠집니다.

 탄탄대로는 보이지 않고 첩첩산중만 내 앞을 가로막습니다.  




 안 좋은 일이 생길 때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돌에 걸려 넘어졌습니다. 넘어진 것도 아프지만 그보다 더한 건 창피함입니다. 그리고는요? 잊어야 합니다.  

'왜 내가 돌에 걸려 넘어져야 해?', '내가 왜 하필 이 돌이 있는 곳을 걸었을까?', '돌은 대체 왜 여기 처박혀 있는 거야?', '난 아프고 쪽팔린데 돌은 아무렇지도 않네?' 자꾸만 이렇게 생각하면 나만 망가지기 십상입니다.

 세상살이 걸려 넘어지는 게 어디 돌부리만 있습니까?

 

 사소하고 자질구레했던 안 좋은 일은 며칠만 지나도 까마득히 잊어버립니다. TV가 언제 먹통이었는지, 내 손가락을 밴 종이는 아직도 있는지 이면지로 유명을 달리했는지 기억에도 없습니다. 시간이 약이라는 말이 틀리지 않습니다.

 감당하기 벅찬 안 좋은 일이 생길 때도 시간이 약입니다. 안 좋은 일을 당했을 때 안달하지 말고 잠시라도 안정을 찾고 기다립니다. 살면서 겪었던 대다수의 어려움들도 지나고 나면 별일 아니었던 적도 꽤 있지 않았나요?

시간이 좀 흐르면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말입니다.  


돌부리에 걸려 넘어졌다고 원망하고 불평해본들 내 마음과 몸만 축납니다.

인생에서 일어나는 일에는 각기 이유와 의미가 있다고 합니다. 돌부리에 왜 걸려 넘어졌는지 의미를 찾으려 해 본들 당장 알 도리는 없습니다. 인생에서 일어나는 대부분 일의 의미는 지금 바로 알 수 있는 게 아니니까요. 대개는 지나고 난 뒤의 유추만 가능할 뿐입니다.

 

큰일이 닥쳤을 때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바라봐야 합니다. 내가 애를 쓴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면 내가 힘들어한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도 아닐 테니까요.

심신을 골병 들이는 온갖 감정은 걷어내고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기회를 기다려야 합니다.

하루 이틀 살 인생이 아니니까 든든하게 드시고 잠도 잘 주무시고요. 건강한 신체에 건전한 정신이 깃든다고 했습니다. 그러니 안 좋은 일이 있을수록 자신을 잘 챙겨야 합니다. 그래야 반전의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거니까요.


언제 끝날지 모르는 인생길에서 희로애락은 모습을 달리하며 번갈아 찾아옵니다. 하늘 아래 영원한 것은 절대 없다고 하지 않습니까?

안 좋은 일이 생기면 기분이 나쁩니다. 그럴 때는

'이제 좋은 일이 생기겠구나'라고 기분 전환을 합니다.

근데도 안 좋은 일을 또 겪으면 화가 치밀어 오르고 갈팡질팡합니다. 그럴 때도

'좋은 일이 오는 게 진짜 얼마 남지 않았구나'라고 좋은 쪽으로 받아들입니다.

기대와 달리 연타에 이어 또다시 안 좋은 일을 당하면 주저앉고 싶고 사는 것조차 버겁게 느껴집니다. 그럴 때도 숨 한번 크게 쉬고 마음을 진정시키며

'얼마나 좋은 일이 오기에 이리 방해를 할까? 진짜 대박 나는 거 아냐?'

이왕 터진 일이고 수습조차 난감하지만 그럼에도 희망이란 이름을 놓지 않으려 합니다.




세상의 모든 일에는 양면이 있다고 하지 않나요?

밝음이 있으면 어둠이 있듯이 오늘의 화가 내일의 복이 되고, 오늘은 편안하고 참 좋았는데 내일은 고통 속에 몸부림을 칠지도 모를 일입니다.

모든 안 좋은 일에는 반드시 좋은 일이 숨어 있을 거라는 사실에 위로를 받습니다.

어떤 안 좋은 일이 생겨도 그 안에 숨어 있는 좋은 일을 발견하기만 하면 앞으로는 지금보다 나은 인생이 될 거니까요.


안 좋은 일이 생길 때는

'나를 죽이지 못하는 시련은 나를 더 강하게 만든다.'는 니체의 말을 떠올립니다.

안 좋은 일이 쉽게 끝나지 않을 때는

'얼마나 큰 대박이길래 이리 오래 뜸을 들일까요?'라고 오히려 좋게 생각합니다.

이런 상상을 하면 떨리지 않으세요?

안 좋은 일이 생길 때는 생각을 달리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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