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발의 차이

by 공감의 기술

멋진 갈기를 휘날리는 경주마들이 결승선을 향해 엎치락뒤치락 쏜살같이 달립니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우열을 가릴 수 없는 접전을 펼칩니다. 결승선을 통과할 무렵 털 한 개만큼의 차이로 우승이 가려집니다. 그야말로 아슬아슬 간발의 차이입니다.
간발(間髮)의 차이, 머리카락만큼이나 미세한 차이를 뜻합니다. 서로 엇비슷할 정도의 아주 작은 차이죠.


일상에서 간발의 차이로 아쉬움을 삼켰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을 거예요.
간발의 차이로 버스를 놓쳐 지각을 합니다. 거기에 벌까지 받고요.
간발의 차이로 엘리베이터를 타지 못해 회의에 늦습니다. 따가운 시선을 견뎌야 합니다.
간발의 차이로 내 앞에서 한정 특가 세일이 마감합니다. 닭 쫓던 개 지붕만 쳐다보는 꼴이고요.
그나마 이 정도의 간발의 차이는 봐줄 만합니다. 돌아서면 잊어버리니까요.

간발의 차이로 내신 등급이 달라지고 간발의 차이로 낙방의 고배를 마십니다.
간발의 차이로 경기에서 지고, 승점 1점이라는 간발의 차이로 우승을 놓칩니다.
간발의 차이로 1년이라는 시간을 다시 준비하는 운명을 맞습니다.
간발의 차이로 돈을 잃거나 손해를 보는 경우도 허다하죠.
간발의 차이로 그동안 공들였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면 씁쓸함을 감출 수 없습니다.




인생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고 합니다. 불행과 행운의 여신은 같은 얼굴의 앞뒤라고 하잖아요.

어제도 오늘도 앞면이 나왔다고 내일도 앞면이 나온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나쁜 일만 있는 것 같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좋은 일도 없지 않은 게 인생입니다.

살면서 간발의 차이로 놓친 것만 있겠어요?


간발의 차이로 버스를 탄 적도 있고,
간발의 차이로 신호등을 건넌 적도 있습니다.
간발의 차이로 예약을 무사히 마치고,
간발의 차이로 득템 한 적도 있습니다.

간발의 차이로 합격의 기쁨을 맛보기도 하고요.
간발의 차이로 세이프된 적도 있고
간발의 차이로 메달 색깔이 황금색으로 바뀌기도 합니다.
간발의 차이로 가까스로 위험에서 벗어난 적도 있습니다.

간발의 차이로 놓친 안타까움과 억울함은 당연합니다. 1년 농사가 헛되면 원통하기까지 합니다.
간발의 차이가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 놓기도 합니다.
어둠이 있으면 빛도 있기 마련입니다. 간발의 차이로 행운의 여신이 내민 손을 잡습니다.
간발의 차이로 송두리째 바뀐 인생이 극적 반전을 만들기도 하고요.




간발의 차이로 씁쓸함을 당하고 싶은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마는

간발의 차이로 놓치면

'다음에는 여유 있게 준비해야지, 다음은 놓치지 말아야지' 다짐을 하며 털어내야죠.

간발의 차이로 얻더라도

다음번에도 또 이럴 거라는 생각은 하지 말고 여유 있게 넉넉히 준비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순간의 선택이 10년을 좌우하고

간발의 차이로 인생이 달라진다지만

신이 아닌 이상 어떻게 알 수 있겠어요?

순간의 선택으로, 간발의 차이로 불만 가득한 상황이 되더라도

이 역시 인생의 소중한 장면입니다.


다음에 뭐가 나올지 모르는 동전의 양면처럼

간발의 차이로 다음 장면은 어찌 될지 아무도 모르잖아요?

선택은 미련 없이, 간발의 차이는 담담하게 받아들이며

오늘을 후회 없이 사는 것.

이보다 더 중요한 사실이 어디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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