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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감의 기술 Mar 09. 2021

나를 믿지 않기로 합니다.

겸손

 사람을 믿지 않기로 합니다.

 잘해준다고 성심성의껏 대했습니다만 되려 뒤통수 맞는 현실이 싫습니다.

 '대접받고 싶거든 먼저 대접하라'라는 황금률을 새기며 먼저 대접했습니다. 돌아오는 건 푸대접이었습니다.

 호감 가는 사람이 되려면 먼저 호의를 베풀라고 해서 따라 했습니다. 남은 건 호구가 된 듯한 기분뿐이었습니다.


 진심으로 대하면 진심이 통할 거라 믿고 고민을 털어놓습니다. 그 순간 고민은 모든 사람이 다 알게 되어 약점으로 잡히는 어처구니없는 일도 당했습니다.

 하지도 않은 말로 이 사람 저 사람 이간질을 일삼는 이들이 있습니다. 윗사람에겐 손바닥에 불이 나도록 아부만, 아랫사람은 머슴 부리듯 노예 부리듯 하면서도 승승장구하는 사람도 겪었습니다.


 잘 나갈 때는 우리의 우정을 죽을 때까지 변치 말자고 수시로 알아서들 잘만 맹세하더니 막상 넘어지고 나면 싸늘한 눈빛에 값싼 동정이 전부였습니다.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기에 만나는 사람들마다 인연을 맺으려고 애썼습니다. 하지만 쓸만한 인연은 맺지 못하고 어설픈 인연만 남았습니다.  




 이제부터 사람을 믿지 않기로 결심했습니다.

 사람들 중에서 특히 ‘나’를 믿지 않으려 합니다.

 지금까지 내 마음에 들면 괜찮은 사람, 나한테 작은 호의라도 베풀면 그저 좋은 사람으로 믿어버렸던 '사람 보는 눈'을 더 이상 신뢰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뒤통수 맞은 현실도, 호구가 된듯한 기분도, 값싼 동정도, 어설픈 인연들 모두 내가 해준 만큼 당연히 해줄 거라는 기대와 착각 때문이었습니다.


 나 정도면 괜찮은 사람이라고 여겼던 생각도

 나는 적어도 저런 인간들과 다르다는 믿음도 거두어들입니다.

 대신 냉정한 의심의 눈초리로 나 자신을 바라봅니다.

 남의 잘못은 크게 여기고 나의 잘못은 사소한 실수로 넘기는 버릇에 차가운 시선을 던집니다.


 사람은 관계와 환경에 취약한 존재입니다.

 곳간에서 인심 난다고 했습니다. 만사형통일 때는 마음도 넉넉하게 손도 크게 좋은 사람 소리를 들으며 살 수 있습니다.

 나는 돈 몇 푼에 치사하게 굴지 않는다고,

 힘 있는 자에게 힘없이 고개 숙이지 않는다고,

 불의에 타협하지 않고 억울한 일은 외면하지 않는다고

 나는 적어도 그런 사람이라고 여겼던 생각은 오만이자 착각입니다.

 나도 별수 없는 인간이라는 자각을 함으로써 그 오만과 착각을 깨부수려고 합니다.  




 팔을 앞으로 쭉 뻗어봅니다. 바깥으로는 절대 굽혀지지 않으면서 안으로는 너무나 쉽게 굽는 팔을 보며 내.로. 남. 불을 떠올려봅니다.

 내가 편한 대로, 내 생각대로 자기 합리화에만 길들여져 있는 말과 행동들을 반성합니다.  


 타인에게는 관대하고, 자신에게는 엄격한 자세를 가져야겠다고 다짐합니다.

 타인에게는 관대하고 대범한 마음으로 다가설지라도, 나 자신에게만큼은 엄격하고 신중한 태도를 지녀야 진정한 성장을 도모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안으로만 굽는 팔을 보며 별수 없는 인간의 한계를 생각하게 됩니다.

 저절로 겸손을 떠올립니다. 겸손함으로 나 자신을 내세우지 않는 연습부터 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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