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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갑을 먼저 여는 일은?

나이 들었어도 인기를 바란다면 입은 닫고 지갑을 열어라

by 공감의 기술

온라인이나 가게에서 물건을 구입하고 값을 치르려 합니다. 어떻게 계산할 건지를 묻습니다. 신용카드로 하려고 했는데 여기저기서 페이, 페이를 외쳐댑니다. 포털 사이드마다 00 페이, ** 페이를 쓰라고 부추기면서 말입니다.

친구들과 밥을 먹거나 술 한 잔을 하면 오늘은 누가 쏘는지 관심을 가질 때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다 함께 커피를 마셔도 자기 마신 건 자기가 계산하는 더치페이가 대세인 세상입니다.

직장에 취업할 때나, 직장을 옮길 때 빠뜨리지 않고 알아보는 조건은 페이입니다. 대부분 가장 먼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항목이기도 합니다.




'돈을 내다', '값을 지불하다'라는 뜻인 영어 단어 pay의 원뜻은 '진정시키다', '만족시키다'라고 합니다.

이 단어는 ‘기쁘게 하다’, '평정하다’, '조정하다’라는 뜻을 가진 라틴어 팍카레 pacare에서 유래했고 그것은 Pax 팍스, 평화의 파생어로 평화롭게 만든다는 뜻이 있다고 합니다.

돈을 내고 값을 지불하는 행위가 평화를 불러온다는 의미입니다. 평화를 위해서 지갑을 열어라는 말과 비슷하게 들리는데 지갑을 먼저 여는 일은 무엇을 가능하게 할까요?


지갑을 먼저 열어야 상대가 만족을 하고 꼬인 관계가 풀어지고 조정이 됩니다.

커피 한 잔을 먼저 사야 상대방도 나에게 커피 한 잔 살 마음이 생기고요, 친구들에게 밥 한 끼를 사고 나면 다음 밥 먹을 때 불러줍니다. 조카들에게 용돈 주는 삼촌, 이모가 인기 있고, 시골에 사시는 부모님께 안부전화에 용돈을 보내면 효도는 배가 되는 게 현실입니다.

큰돈 들이지 않아도 이래저래 평화로운 관계가 만들어집니다.


예로부터 곳간에서 인심 난다고 했습니다. 자신의 배가 부를 때 주위를 돌아보는 여유가 생긴다는 뜻입니다.

'예의 생부족(禮義生富足)'이라는 한자어는 예절과 의리는 살림이 넉넉해야 나온다고 알려줍니다. 도둑은 배고픔과 추위에서 비롯된다는 말도 덧붙입니다.

이처럼 지갑을 여는 일은 세상을 시끄럽지 않게 해 줍니다.




나이가 들수록 '입은 닫고 지갑을 먼저 열어라'라고 합니다.

'지갑을 먼저 열어라'라는 행동이 반드시 물질만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주위에 소위 인기 있는 사람들은 어떤 행동을 하는지 살펴봅니다.

자기 말만 늘어놓지 않고 상대방 말을 먼저 듣고 잘 들어주는 사람,

내가 실수했을 때 사람들 앞에서 비난부터 하지 않고 후에 지나치듯 그때를 떠올리며 기분 상하지 않게 충고해 주는 사람,

애쓴 보람도 없이 실패해서 의기소침한데 '괜찮아, 그럴 수도 있어'라며 격려해 주는 사람,

가끔은 ‘그 사람이 너 칭찬 많이 하더라'라는 말로 든든함을 주는 사람이라면 믿음과 존경을 얻습니다.

하고 싶은 대로 바로 내뱉는 말은 자제하고 먼저 상대방 입장을 생각해 주는 배려가 입은 닫고 지갑을 여는 행동이 아닐까 싶습니다.


나이 들면 말이 많아지는 이유, 그만큼 많이 살았다는 의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많이 살았으니 경험도 쌓이고 아는 지식도 많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나이 많다는 사실이 모든 일에 다 우월하지는 않습니다. 더군다나 요즘처럼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세상이라면 내가 아는 지식이 시대에 뒤처지는 구식이 되는 경우도 흔히 겪는 일입니다.


우선 입을 닫아야 합니다. 빈 수레가 요란하듯이 어설픈 똑똑이들이 잔소리가 많습니다. 내가 제일 똑똑하다고 생각하고 그 똑똑함을 내 입으로 내뱉는 순간 꼰대가 되고 왕따가 되기 십상입니다.

입은 닫고 지갑을 여는 선배가 훌륭한 선배라고 합니다. 지갑을 여는 의미가 살아온 경륜을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주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받아들여집니다.




뿌리 깊은 나무는 비바람에 잘 견딥니다.

나무가 깊게 뿌리내리기까지 세찬 비바람을 견딘 인고의 시간들이 있었기에 뿌리 깊은 나무는 꽃도 좋고 열매도 많이 맺어줍니다. 웬만한 바람에는 요란하지도 흔들림도 없습니다.

삶도 마찬가지 아닌가 싶습니다.


나는 주위 사람들에게 어떤 사람인지, 어떤 선배인지 생각해 보게 합니다.

나이 들어도 인기를 바란다면 입은 닫고 지갑을 열어라는 말. 어디에서 나왔는가 싶어 찾아봤더니 명심보감에서 가르쳐 준 처세술입니다.


입을 닫고 지갑을 먼저 여는 일, 삶을 평화롭게 합니다.

나이 들수록 배려와 격려를 아낌없이 베풀어야겠습니다. 이왕이면 거창하고 비싼 게 아니더라도 커피 한 잔이라도 먼저 사면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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