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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피맘쌤 Sep 04. 2024

아빠는 나에게 만족하지 않아

언제가 아이가 투덜거리는 소리로 말했습니다.


"아빠는 나에게 만족하지 않는 것 같아."


아이가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것에 놀라서 물었어요.


"무엇 때문에 그런 생각이 들었는데?"


아빠는 자기에게 부족한 것들만 자꾸 이야기한다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예전에 차 안에서 했던 이야기가 떠올랐습니다. 농구수업을 마치고 집에 가는 차에 타면, 남편과 저는 수업을 지켜보면서 아이가 부족한 부분들, 더 잘했으면 하는 부분들을 이야기해주곤 했습니다. 


음에는 그저 듣고 고개만 끄덕이던 아이가 그런 일들이 반복되자, 자신은 농구하고 기분 좋게 왔는데, 엄마, 아빠가 자신이  못한 이야기만 해서 기분이 나빠진다는 말을 했습니다. 


분명 아이가 잘 한 부분에 대해서 먼저 많이(?) 말했음에도(이건 부모의 느낌일지도 모릅니다), 아이에게는 부족한 것을 이야기한 것만 크게 들렸을지 모릅니다. 아마도 지적당한 느낌이 들었겠지요.

      

아이가 아빠가 자신에게 만족하지 않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남편에게 전했습니다. 당연히 남편은 충격을 받았습니다. 아이의 이런 반응은 우리가 아이를 양육하는 방향과 너무나 달랐으니까요.

  

저희는 아이가 자신에 대해 만족하고 사랑하기를 바라며 양육했습니다. 아이에게 미래를 위해 지금 부족한 부분들을 고치라고 강요하기 보다, 지금 성장하고 있는 부분들에 대해 초점을 맞추고 많이 지지하고 있다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리고 생각도 깊고 자신의 삶을 잘 개척하며 나아가는 아이의 모습이 참 대견스럽고 감사했습니다. 그런데 아이가 아빠는 자신을 만족스럽게 보지 못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남편에게 큰 상처가 되었습니다.

      

"난 현성이가 고민하고 있는 것들에 대해 도와주고 싶었던 건데... 지적하고 싶거나 불만족스러웠던 게 아닌데..."


남편의 좌절과 고민이 깊어졌습니다.     


그러고는 아이에게 긴 장문의 문자를 보냈습니다.


미안하다고.

아빠는 그런 의도가 아니었다고.

아빠는 네가 참 자랑스럽다고.     


아이도 답장을 보냈습니다.


아빠의 마음을 이해한다고.     


아이가 실수하며 성장하듯 부모도 실수하며 더 나은 부모가 되어갑니다. 내가 좋은 의도를 가지고 하는 조언의 말들이 사춘기 아이에게 상처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실수를 통해 배웠습니다. 사실 여러 번 배웠습니다. 


스스로 충분히 인지하며 자신을 돌아보는 아이에게 우리는 그저 신뢰를 가지고 지켜봐 주는 믿음의 눈이 되어야 하는 것 같습니다.

      

아이가 수없이 넘어지며 자신의 힘으로 일어나다 도저히 안 될 때, 도와달라 내미는 그 손을 잡아줄 수 있도록 잘 지켜보며 기다려주면 됩니다. 그런데 사실 그렇게 지켜보는 게 가장 힘든 것 같습니다.      


눈은 뜨고, 마음은 열고, 입은 닫아야 그런 부모의 시간이 온 것 같습니다.  

같은 실수를 또 하는 그런 부모가 되지 않기를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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