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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소지은 Aug 30. 2024

암과 함께 살다.

왼손발이 준 선물



아빠는 오늘부터 엄마와 우리 가족을  위해 신앙생활을 하기로 결심했다.  



아버지의 신앙 고백이었다. 왜 우리 가족에게 암이란 고난을 허락했고 이것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뜻이 무엇인지  그때 알았다. 그 아버지의 고백으로 나는 감사의 눈이 열리며  평안함이 왔고 잘 되거라는 믿음이 생겼다.


수술하고 있는 엄마에게 초조한 마음으로 달려간 그 시각..


아버지께서는 한국에 있지 못했기에 해외에서 실시간 돌아가는 상황을 우리 가족과 공유하며 아빠의 중심 하에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지 다 함께 고민했고 각자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어머니는  암수술 이후 장패색이 와서 복부가 팽창해져 터지게 되었다. 장패색은 장, 또는 소장이 막혀서 장의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을 말한다. 엄마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원인과 치료방법 과정을 의사 선생님께 설명을 들었고 목숨이 위험할 수 있으며 장기 입원을 해야 하고 뜻하지 않은 여러 상황이 올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렇게  우리 가족의 세번째 심각한 위기상황이 왔던 것이었다. 그 상황가운데  아버지의 간절한 기도가 있었고  아버지께서 하나님께 매달리는 신앙고백이었던 것이다. 나는 느꼈다.


엄마의 가슴속 바램이 드디어 때가 되어 열매 맺고 있었다는 것을


엄마가 수술대에 오르기까지의 모든 과정에서 나는 인간의 힘이 아닌 하나님의 도우심이 있었다는 것을 느꼈다. 또 그 과정에서 우리 가족과 함께 하신다는 것도 말이다.  그  모든 과정들이 나에게 소중한 기억이 되었다.

 

 아버지의 고백 이후 어머니의  수술이 잘 마치게 되었으며 최악의 상황을 모면하게 되었고 중환자실로 옮겨 회복을 기대할 수 있게 되었다.  우리는 그날 이후 더욱 하나가 됨을 위해 힘을 썼고 엄마의 행복한 모습을 보았다. 비록 엄마의 생일날 케이크 한 조각 먹을 수 없이 병실에 지친 모습으로 삭발한 머리에 모자를 쓰고 있는 엄마를 보며 마음속으로 하염없이 눈물이 나왔지만 어딘가 모를 미묘한 감정이 들었다. 나의 마음속 한켠에 가슴이 아려오고 슬펐지만 나는 엄마  마음이 따뜻해지는 온기와 행복함을 느꼈다. 그렇게 우리 가족은  다시 사랑을 나눴고 엄마는 다행히 회복되어 갔다.


" 암 극복할 수 있어..



장마비가 조금씩 회복되어 갔지만 항암을 다시 시작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항암치료를 잠시 보류했었고 그 시간이 엄마에게 약 이되길 바랬다.  왜냐하면 보통 암에 걸리면 항암치료를 한다. 그러나 항암치료를 하면  암세포만 죽는 것이 아닌 정상세포도 같이 죽기 때문에 결국 근본적인 치료가 되지 못한다고 우리 가족은 판단했다. 그래서 최대한 암세포만 죽일 수 있는 방법을 강구했고 아버지의 적극적인 관심과 연구로 극복할 수 있다는 희망도 생겼다. 정상세포를 살려 면역력을 강화시키고 변질된 암세포를 죽여 재발을 방지할 수 있다면 말기였지만 완전 불가능 하지 않을 거라는 가능성이 있었다.


 하지만 모든 상황은 우리 가족 마음처럼 되지는 않았다.


그렇게 일 년 후  안타깝게 엄마는  전이가 되어 재발하게 되었고 항암치료의 생활을 또다시 선택하게 되었다.


우리 가족은 엄마의 재발로 불안함 속에서 살 수밖에 없었지만 나는 불안이라는 정신세계를 지배하는 늪에 빠져들고 싶지 않았다. 인간이기에 어쩔 수 없이 불안감의 요소를 갖고 살 수밖에 없지만 내가 어떤 마음을 갖느냐에 따라 행복해질 수도 불행해질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재발하기 전 엄마와 함께한 시간 가운데 나는 행복한 엄마의 모습을 보았다. 나 또한 나에게 주어진 모든 시간들이 소중했다. 내 마음과 다르게 회사의 업무 상황 때문에 일하면서 엄마와 함께 보내는 시간을 많이 할애하지 못했던 나는  그것이 항상 내 마음에 남았고 그 시간을 낭비하면서 지내고 싶지 않아 엄마와 보내는 1분 1초가 소중했다. 시간은  한번 가면 되돌아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그제야 뼛속 깊이 깨달았다.  그래서 마음껏 사랑을 표현하고 싶었다.


암(cancer)이라는 단어가 (세로토닌) 호르몬을 유발하는 우울감과 불안감이라는 부정적인 시각을 주기도 했지만 나에게 암(cancer) 은 반대로 소중한 것들을 볼 수 있는 기회 (chance) 였던 것 같다. 나와  우리 가족에게 암은 아픔과 상처이다. 하지만  그 아픔 있었기에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 소중한 것을 볼 수 있었다. 무언가를 얻어야만 돈을 많이 벌어야만 행복한 것이 아니다. 내가 보는 눈에 따라 행복은 나에게 가까이 있기도 하고 멀리 있기도 하다. 내가 숨 쉬는 것 , 사랑하는 사람이 내 옆에 있고 호흡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은 충분했으며 마음은 부유했다. 비록 우리 가족에게  장패색이 와서 억울한 일이 있었고 그 상처는 죽을 때까지 잊혀지지 않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것이 하나님의 계획이었고 우리와 함께 하였으므로  내가 견디고  이 세상에 당당히  말할 수 있는 힘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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