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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보다 더 힘세질 거야.

밥상 전쟁

by 로미

또래에 비해 작은 편인 주원이.

아기 때부터 시간이 천천히 흐르길 바라던 내 염원이 가득 담겼나.

아들은 어느 순간부터 매우 더디게 자랐다.


돌까지는 나름 상위에서 놀았었는데, 너무 과거형이다.

이제는 어림도 없다.

그나마 꼴찌는 면해 다행이랄까.


3-4세쯤의 주원이는 자주 체했다.

새벽 응급실행을 몇 번 해보니 몸고생 맘고생.


결국 많이 먹일 수 없게 되었다.

우리는 저절로 주원이에게 "많이 먹어라. 한 숟갈만 더 먹자." 하던 강요를 접었다.


현재 진행형이다.

여전히 먹는 양이 적은 주원이.


사실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다.

엄마도 아빠도 어릴 때 안 먹어서 부모님 속깨나 썩이던 것들이니.




"골고루 먹고 힘 세져야지~"

"아니야~ 아빤 먹지 마. 내가 먹고 힘쎄질 거야!"


"꼭꼭 씹어 먹고 힘 세져야지~"

"아니야. 내가 더 꼭꼭 씹어 먹을 거야."



오빤 방법을 바꿨다.


안 먹는 아이의 밥숟가락을 들고 애타던 과거.

이제는 먼저 숟가락을 들고 골고루 먹는 주원이다.


사실 방법이랄게 웃기다.


그저 맞은편에 앉은 아빠가

누구보다 맛있게-

누구보다 다양하게-

누구보다 꼭꼭 씹어-

밥을 먹는다.


이거 먹고 힘이 제일 세질 거라며.


그러면 맞은편에 앉은 주원이는 경쟁한다.

주원이의 세상에서 가장 힘이 센 아빠와 맞서 싸워 이기면

주원이는 영웅이 된다.



그렇게 경쟁의 식사가 끝나고 둘은 베개 싸움을 한다.

밥을 많이 먹었으니, 누가 더 힘이 세졌는지 겨뤄야지.



이 방법이 될 리가 있나 했지만,

5세에겐 충분히 통한다.


힘이 세지고

영웅이 되는 일은

아이의 의욕이 솟구치는 일임이 틀림없다.


아빠와의 경쟁으로 쑥쑥 자라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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