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콘 D-750 렌즈에 담은 일기
오후가 되니 나른해집니다
오늘은 하루 종일 마음이 허해서
계속해서 숨을 들이쉬었습니다.
그러면 조금이라도 채워지지 않을까 해서요.
혼자 부산 대저로 여행을 떠났습니다
집에 있는 것보다 어디로든 떠나는 게
우울함에서 벗어나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걸
몸소 깨달은 탓이겠지요.
처음으로 팜파스라는 갈대를 보고
혼자 카메라를 설치해 사진을 찍었습니다.
오랜만에 빌린 차를 몰고 다시금 노을진 도로를 달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그 길에 말입니다.
참 좋았습니다.
언제든 떠날 수 있는,
경제적인 환경과 시간적 여유를 꼭 갖춰야 겠다고.
행복하기 위해선 그래야만 한다는 생각도 오래 곱씹었습니다.
오늘 그를 만났습니다
억눌리는 마음, 무거운 대화, 버거운 사연을 말할 수 없어
되려 천진난만하게 다가가기로 했습니다.
많이 웃고, 즐거운 대화 소재를 꺼내고,
공원을 거닐다 술래잡기도 하고, 손가락 게임도 하고.
그런데도 마음이 너무 아프고
외롭고 공허했어요. 너무 슬펐습니다.
어떤 이유에선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사랑하는 상대가 날 사랑한 적이 없으니
거기서 오는 상실감일 테지요.
사랑하는 어머니, 할머니, 가족,
갖지 못하는 그런 이름들 말입니다.
나의 마음을 아는지,
아니면 정말 모르는지.
그러지 않을 것 같던 그이가
돌연 대화 소재를 꺼내며
한마디를 보탭니다.
"한번 말 편하게 해볼까?"
이 알 수 없는 사람은,
마음을 접어야 하나 고민하는 찰나마다
자신에 대한 끈을 놓지 못하도록
계속해서 무언가를 내게 던져줍니다
내가 흔들리는 것.
내가 설렘에 웃어버리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사람.
덕분에
잠시 공허함에서 빠져나와
말캉하게 웃을 수 있었습니다.
알 수 없는
이 마음은 어디로 흐를까요.
길고 긴 추석이 끝나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