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하라 Oct 01. 2023

ep 7. 갈대 같은 내 마음에 당신은

니콘 D-750 렌즈에 담은 일기

오후가 되니 나른해집니다

오늘은 하루 종일 마음이 허해서 

계속해서 숨을 들이쉬었습니다.

그러면 조금이라도 채워지지 않을까 해서요. 




혼자 부산 대저로 여행을 떠났습니다

집에 있는 것보다 어디로든 떠나는 게 

우울함에서 벗어나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걸

몸소 깨달은 탓이겠지요.




처음으로 팜파스라는 갈대를 보고

혼자 카메라를 설치해 사진을 찍었습니다.

오랜만에 빌린 차를 몰고 다시금 노을진 도로를 달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그 길에 말입니다.




참 좋았습니다. 

언제든 떠날 수 있는, 

경제적인 환경과 시간적 여유를 꼭 갖춰야 겠다고. 

행복하기 위해선 그래야만 한다는 생각도 오래 곱씹었습니다.



오늘 그를 만났습니다

억눌리는 마음, 무거운 대화, 버거운 사연을 말할 수 없어

되려 천진난만하게 다가가기로 했습니다.



많이 웃고, 즐거운 대화 소재를 꺼내고,

공원을 거닐다 술래잡기도 하고, 손가락 게임도 하고.




그런데도 마음이 너무 아프고

외롭고 공허했어요. 너무 슬펐습니다.

어떤 이유에선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사랑하는 상대가 날 사랑한 적이 없으니

거기서 오는 상실감일 테지요.



사랑하는 어머니, 할머니, 가족,

갖지 못하는 그런 이름들 말입니다. 




나의 마음을 아는지, 

아니면 정말 모르는지.



그러지 않을 것 같던 그이가

돌연 대화 소재를 꺼내며 

한마디를 보탭니다.




"한번 말 편하게 해볼까?"

이 알 수 없는 사람은, 

마음을 접어야 하나 고민하는 찰나마다

자신에 대한 끈을 놓지 못하도록 

계속해서 무언가를 내게 던져줍니다




내가 흔들리는 것.

내가 설렘에 웃어버리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사람.




덕분에

잠시 공허함에서 빠져나와

말캉하게 웃을 수 있었습니다. 




알 수 없는

이 마음은 어디로 흐를까요.

길고 긴 추석이 끝나갑니다.




이전 05화 ep 8. 대청소, 강아지 두마리, 그리고 나만의 출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