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콘 D-750 렌즈에 담은 일기
NIKON D-750 카메라를 중고로 산 지
두달 정도가 되어갑니다.
그 사이 수십 곳의 출사를 떠나고
삼각대로 스스로의 모습을 촬영하기도,
다른 사람의 모습을 담아 선물해주기도 했어요.
이렇게 사진을 모아
나만의 포토 에세이를 써내려가기도 했지요.
오늘은 야외 출사 대신
미뤄두었던 집 대청소를 시작했습니다
바닥을 쓸고 닦고 가구들을 옮기며
나만의 배치를 찾아나가며
버릴 것은 버리고, 그 빈자리에 필요한 것들을
하나씩 채워나갔습니다.
간이식 침대를 치워두고
새 매트리스를 들여놓기도 했답니다.
주방과 욕실 청소를 모두 헤치우고
지금은 잠시 쉬며 글을 쓰고 있어요.
귀여운 강아지 홍시와 자몽이는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엄마를 졸졸 쫓아오다
간식 하나씩을 입에 물고 강아지 침대에서
편안하게 휴식을 즐기고 있답니다.
내가 사는 공간을 깔끔하게 청소하는 것만큼
스스로에게 해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란 없다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지만, 늘 하기 두려웠어요.
곤충 시체, 쌓인 먼지, 몇시간이 사라지는 마법
아파서, 급한 일이 있어서, 실연을 당해서 등등
청소를 피할 무수한 이유들 사이로 도망치다가
오늘에서야 제대로 마주보고 화끈하게 끝내버렸습니다.
페인트를 사서 셀프로 칠한 흰색 벽면은
제법 마음에 드는 것 같아요.
이제 쉬다가, 오후에는 스터디카페로 떠납니다
친구와 자격증 공부를 하기로 했어요
물론 강아지들 산책도 하고, 밥도 챙겨먹고,
돌려놓은 세탁기 속 빨래들을 건조기에 넣어
다시 예쁘게 개켜놓는 일들도 해야하지만요.
부모 없이 살아가는 삶은
마치 언어도 통하지 않는 먼 외국에서
말을 배우고, 문화를 익히고, 살아가는 공부를 하며
이미 저만큼 앞서 가는 사람들 뒤를 좇아
끝없이 고군분투하는 외로운 싸움과 다름 없었지요.
지나온 날들이 힘들지 않았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이렇게 잘 견디고 버텨 살아남은 내가
오늘은 정말 대견합니다.
남들이 보기에는 별 것 아닌 것처럼 보이는 이 집이
저에게는 편히 몸 누일 유일한 곳이기에
더 사랑하고, 더 예쁘게 가꿔나갈 계획입니다.
공부하러 떠나기 전
저는 또 사진을 찍으러 나가려 해요.
제가 사랑하는 니콘 카메라를 들고 말이에요.
이 렌즈에는 시간이 지날수록
단단해지는 제가 담기고 있습니다.
그래서 좋아요.
누군가로 인해 행복한 것이 아니라
혼자서도 충분히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내 자신의 모습이라서요.
그래서 마음 속도 많이 비워졌습니다.
깨끗해진 마음에 무얼 채울까요.
생각만 해도
설레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