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강하리 Sep 04. 2021

엄마는 아플 때, 왜 나한테 말 안 해?

   엄마라는 단어만 떠 올리면 괜히 눈물이 난다. 눈물이 나는 이유는 알 수 없다. 아직 엄마는 내가 우울증과 조울증을 오가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다. 엄마는 내게 항상 따뜻하게 대해준다. 그래서 내가 결혼을 하면 엄마만큼 내 딸을 생각하고 위해줄 자신이 없어 결혼이라는 것을 항상 망설여지게 한다.


  환자들 앞에서 항상 깔끔해 보여야 한다고 말하는 엄마는 몇 년 동안 내 근무복을 말끔히 세탁해서 다리미로 다려 주고 있다. 그렇게 열과 성의를 다해도 하루가 채 되지 않아 더러워지고 구겨진다고 그렇게 하지 말라고 말려도 내 말은 들은 체도 하지 않는다. 근무복을 다리며 누구보다 행복해하는 엄마를 더 이상 말릴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렇게 말끔히 다려진 근무복은 출근 전날, 내 방 입구, 내가 제일 잘 보이는 곳에 압박스타킹과 흰 양말 한 켤레, 그리고  박카스 한 병과 함께 둔다.


   아침 일찍 출근하는 데이 출근은 새벽부터 일어난다. 내가 일어나면 엄마도 일어난다. 내가 졸린 눈을 하고 화장실을 갔다 나오면 엄마도 졸린 눈을 하고 화장실을 갔다 나온다. 출근 준비를 하는 동안 엄마는 부엌에서 싱싱한 제철 과일들과 빵을 씻어서 보기 좋고, 먹기 좋게 잘라 놓고, 큰 요구르트에 빨대를 하나 꽂아둔다. 그리곤 준비 시간을 조금이라도 줄여주기 위해 내가 모든 출근 준비를 마치고 방에서 나올 때면 엄마는 현관문을 열고 엘리베이터를 잡아준다. 그리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날이 더우나 추우나, 출근길에 항상 아파트 복도에서 내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손을 흔들고 지켜봐 주는 엄마는 허수아비다.


  출근해서 인계를 듣고 있을 때쯤이면 카톡이 온다.

“사랑하는 딸 ~ 출근은 잘했나요? 엄마도 출근해서 커피 마시고 있는데.”

“사랑하는 딸, 배고프진 않아? 항상 사랑해요.”

“일할 때 배고플 텐데, 오늘도 파이팅! ”

매일 조금씩 다르지만, 딸에 대한 걱정과 사랑이 묻어나는 카톡을 보낸다.

그러면 나는 항상 말한다.

“엄마! 출근 잘했고, 난 괜찮아!”라는 말과 나보다 애정표현을 잘하는 이모티콘들을 몇 개 보낸다.


   엄마는 소화가 잘 안 된다. 명색이 딸이 소화기내과 간호사인데, 나 몰래 병원에 가서 약을 타서 먹는다. 왜 부모들은 자신이 아픈 걸 자식들에게 숨기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약 먹으면 괜찮아질 거라고 말하는데, 진작 말하지 않는 엄마 앞에서 “엄마는 아플 때, 왜 나한테 말 안 해?”라며 짜증을 있는 대로 다 내고 뒤에서는 엄마가 타 온 약 봉투를 괜히 만지작거리며 혼자 또 걱정한다.

병원에 가기 전에 나에게 먼저 말해줬으면 좋겠다. 제일 가까운 사람은 가족인 난데, 왜 나는 제일 나중에 아는 것일까? 이 만큼 속상한 일은 또 없다.


   엄마는 내가 좋다면 좋은 거고, 내가 싫다면 엄마도 싫다고 한다. 제발 엄마도 엄마의 의견을 내어 보라고 말해도 엄마는 내가 좋으면 좋다고 한다. 변덕쟁이가 따로 없다. 그 변덕쟁이는 나로부터 시작되었고, 엄마는 항상 날 따라 해서 엄마도 변덕쟁이가 되었다. 자기주장 못하는 엄마가 가끔은 이해 안 되고 짜증 날 때도 있다. 하지만 이 모든 건 엄마가 나를 무조건적으로 사랑하는 방식이었다.


이전 19화 고추장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