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은 어느 전생의 기억들
시작하지도 않았으나
끝내버린 사랑들이 있었다.
가을과 겨울 사이,
겨울과 또 가을 사이.
그런 사랑들이
가는 발길마다 채었다 한다.
해서,
그것은 사랑도 아니었다.
알아서 아는 것이 아닌 것들,
몰라도 알아야 하는 것들,
알아도 모르고 싶던 것들,
사이로
모르면서도 아는 척 했던 것들이
하나 둘 발목을 잡았다.
잡힌 발목 발목마다
서늘하여
발길 하나 조차
내처 딛지 못한
가을이,
벌써 저만치 가고 있었다.
이미지 : ©카즈키 히로 (カズキヒ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