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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림보 달팽이 haru Oct 24. 2024

창립기념 파티, 그날





“언니 내가 봤을 때 이윤 오빠는 언니를 편의점에서 딱 보는순간!! 첫눈에 반한 거지”

희주가 신난 듯 말했다.


“별…미친 소리..”


“맞다니까~!! 아니고선 전학 오자마자 그런다고? “


“이윤 얼굴 봤지?”


“봤지. 저 세상 얼굴, 이 세상에 존재 할수 없어 그건”


“그런 애가 나를? 나를?”


“누나가 뭐 어때서?”


유민이 그때 대화에 끼어들었다. 


“누나 예뻐~ 흔하디 흔한 흔녀 아니야”


“야 이유민 너 그거 나 들으라는 소리냐?”


희주가 이윤에게 내비친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인지 유민은 상당히 뾰루퉁 해 있었다.


“야야 쉰 소리 하지말고 야 희주 너도 어서 원에 돌아가 원장님 걱정하시겠다”


“언니~ 아~~ 무도 나 걱정 안해. 고아원 원톱! 응? 고인물 ! 19살 성인을 앞둔 청소년! 나밖에 없다고~ 그리고 원장님은 우리 애기들 돌보느라 나 신경도 안써”


“원장님은 잘 지내시는거지?”


“안그래도 한번씩 언니 안부 물으셔. 나랑 같은 학교 다니는거 알아서”


“응. 나도 안부 전해드려. 조만간 찾아뵌다고”



“뭐하러, 그런 구질구질한데를 왜가? 그치 이유민?”


유민이는 수아가 고아원에 잠시 있었다는 사실을 희주를 통해 들었다. 한참 뒤에 왜 자신의 집으로 바로 데리고 오지 않고 고아원에 두었냐고 어머니께 물었을 때는 수아의 상속 건을 정리 하느라 그랬다 했다. 


수아가 엄청난 상속금을 받을 줄 알았지만 전혀 그러지 못했다는 건 김기두의 계략과 자신의 어머니 임미숙이 손을 보탰다는 것을 아주 나중에 알게 되었다. 

그래서 엄마를 대신해 수아에게 미안한 마음이 컸던 유민이었다.

때때로 고아원 이야기가 나올 때면 할말을 잃었다.


집으로 돌아온 수아는 침대 위에 푹 하니 얼굴을 묻고 조금 전 일을 떠올렸다. 


‘곁에 있으려고’


이윤의 말이 계속 귓전에 맴돌아 미쳐 버릴 것만 같았다.


‘그 말은 대체 무슨 뜻이지?


지금은 친구가 없으니까 일단 친구로 지내 보겠다는 뜻인가?

아니면 진짜 내가 마음에 들어서?



수아는 집으로 오는길에 희주가 떠들었던 말이 여간 신경 쓰이지 않을 수 없었다.


‘대체 나한테 왜 그러는거지?’


침대 위에 한참을 뒤척이다가 이내 스르륵 잠이 들었다. 


풍덩~ 

파도가 휘몰아치는 검은 바다 속으로 점점 가라 앉아 갔다. 

호흡은 가빠졌고 심장은 쿵쾅대며 어쩔줄 몰랐다. 팔다릴 휘저었지만 도무지 위로 올라 갈수 없었다. 그때 누군가가 물 속으로 첨벙하고 뛰어 들더니 이내 손을 잡았다.


‘나를 구해주려는 사람인가. 저승사자인가?”


휘이잉 하는 소리가 들렸고 눈 앞에는 이상한 형태의 무엇인가가 둥둥 떠있었다.

그것을 손으로 잡아 끌어 당기려 했지만 손에 닿지 않았다.


“명심해! 반드시"


“반드시 그 사람을 찾아”


희미하게 들려오는 무엇인가의 목소리는 귓전에서 윙윙 맴돌았다. 


띠리리 요란한 알람소리에 깬 시간은 새벽 6시 였다.


배게는 땀으로 흥건했고 식은 땀이 줄줄 나고 있었다.


‘이게 대체 뭔 개꿈이야..’


같은 시각,

물속에 잠겨있는 상괭이 신 이윤이 눈을 번쩍 떳다.


‘뭐지? 수아 지금 무슨 꿈을 꾼거지? 벌써…각성을 했을리가 없는데…?!”


***


수아는 졸린 눈을 비비며 중앙 거실로 내려왔다. 

 그 곳에는 큰 상자가 놓여져 있었고 수아 고모 임미숙은 뭔가 못마땅한 표정으로 팔짱을 끼고 그것을 바라보며 서있었다.


인기척을 느끼자 그녀가 수아를 쳐다보며 말했다.


“오늘 저녁에 창립 기념 파티가 있을 예정이야. 물론 너는 그 곳에 갈 필요가 없는 존재이긴 하지만.. 김 회장이 네가 왔으면 싶다 더구나.”



“저를요?”


“그래. 쳇.. 아마도 주주들이 다 모이는 자리이니 전 회장의 딸을 잘 보살피고 있다 보여주고 싶겠지.정작 지는 아무 것도 안 하면서!”


혼자 생각 해도 되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내 뱉는 임미숙이었다.


유민이가 방에서 나오더니 그 상자를 보고 열었다. 


“헐.. 이거 뭐 광대 옷인가?”


상자 안에는 지금의 수아에게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화려한 명품 드레스가 들어있었다.


“이걸 입고 누나가 어딜 간다는 거에요”


“이유민 너도 오늘 샾에 들러서 준비하고 저녁에 차 보낼 테니까. 흠. 수아하고 같이 타고 오너라”


“저도요?!와.. 됬네요 어머니 전 빼주세요”


“이유민! 그룹 총수가 오는 자리에 네가 안 가면 되겠니?! 특히나 나중에 그룹을 이끌지도 모르는 네가 ?!”


“고모님. 제가 꼭 그 곳에 가야 한다는 말씀이신거죠?”


“그래.여태 뭘 들었니?!” 


임미숙은 귀찮다는 듯이 소리쳤다.


“그럼, 저 이 드레스는 다시 돌려 보내주세요. 전 제 옷 입고 갈게요”


“네가 옷이 어디 있어!!!”


유민이 이내 귀찮다는 듯이 한숨을 쉬었다. 


“하.. 엄마 그냥 누나랑 같이 샾에 들렀다 갈게요. 거기서 대충 옷 골라서 입으면 되죠?”


“어? 어엉”


유민은 일부러 자신을 희생해 수아를 곤란한 상황에서 벗어 나게 해주려는 생각이었다.


“누나. 브런치 대충 먹고 나가게”


“아? 으..으응…”


***


샾을 들른 유민은 그 곳의 실장이라는 사람과 꽤나 잘 아는 사이인 듯 반갑게 인사했다.


“잘 지내셨죠? 실장님”


“이사장님 연락은 받았습니다. 너무 오랜 만에 뵈어요. 어쩜 그 동안 키가 많이 커지셨네요?”


여 실장은 반가운 듯 유민을 맞이했고 제일 안쪽 vip 룸으로 안내 했다. 

수아는 쭈뼛거리며 서성였다. 


“들어가자 누나.”


“아..으응”


수아 자신도 재벌 2세로 한때 자랐었지만 이런 고급 샾을 온 건 처음 이었다. 

죄다 비싸보이는 옷들이 즐비하게 놓여 있었고 메이크 업을 담당하는 이들도 따로 있었다.


곧 수아의 앞으로 옷들이 좌르륵 진열되었다.


“아가씨 여기서 초이스 해주시면 됩니다”


“아? 네네”


“누나는 좀 고상해보이면서 화려한거 그런거 어울 릴 것 같아”


“네. 제가 보기에도 그럴 것 같네요”


실장은 살짝 웃으며 수아에게 여러 옷을 대어 보았다.


그 중 수아는 제일 무난해 보이는 걸로 골랐다. 


“저는..이거.. 입어 볼게요”

“음 좋아요 좀 무난하긴 한데, 액세서리로 커버하면 되니까. 그리고 얼굴이 워낙 화려하셔서 옷은 좀 톤 다운 해도 될 것 같네요”


수아는 옷을 갈아입고 나와 거울 앞 자신을 바라 보았다. 

정말로 오랜만에 입어보는 고급 옷이었다. 

교복이라 해도 다 해진 중고 옷만 입었으니까 말이다. 


“와. 누나 진짜 예쁘다! “


“그..그래?”


“와 진심 나 진짜 지금 반했음~”


“장난 치기는~”


이윽고 메이크 업까지 진행 되었고 수아는 말 그대로 대 변신을 하고 있었다.


유민의 전화벨이 울렸고 갑자기 볼이 발게진 유민이 전화를 급하게 받았다.


“어어 희주야”


‘희주?’


“어 그게.. 내가 그 용돈이 좀 남아서 그래서 너 자전거 새로 바꿀 때가 된 것 같아서..아 그러니까 꽤 오래 탓잖아. 바꿀때 됬지 펑크도 난 김에”


“아…”


수아는 유민의 말을 듣고 대충 무슨 상황인지 짐작했다. 

자전거가 펑크가 나서 학교를 갈 때 마다 걸어 다녀야 할 희주가 걱정 되었던 것이다. 

보육원에서 학교까지는 그래도 꽤 거리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희주는 그런 선처나 동정을 완전히 싫어한다. 그래서 유민이도 평소에 무엇을 사준다던가 하는 것도 애써,겨우 먹을 것 정도였다.

아마 마음은 집을 사주고도 남았을 정도인데 말이다.


유민이 수아의 얼굴을 보더니 도와달라는 표정으로 얼굴을 찌푸렸다.

수아는 알았다는 고개를 끄덕였다.


“희주가 말은 그래도 고마워할거야. “


“하..어렵다.. 박희주. 희주 운전 면허 따면 내가 차 사주고 싶었단 말이야. 근데 그것도 싫어하겠지?”


“아…차라니..완전 싫어하지”


“유민아, 그러지 말고 희주한테 고백해. 그러고 정식으로 사귀고 뭐든 해주란 말이야”


“차일 까봐 그래 차일까봐”


“ …너 혹시 이미 고백한거야?”


“아냐 무슨..괜히 고백했다가 지금 사이라도 멀어지면..어떡해…”


“이그..그래도 나중에라도 니 마음이 같으면 고백해. 희주가 지금은 좀 자기 형편이… 아니라고 생각해서 너한테 쉽게 마음 못 줄 수도 있어.”


“자전거 뭐 비싸지도 않은건데.. 이거 하나 주는 건데 뭐 이리 어려워”


“유민아. 너한테나 안 비싼 물건이지. 희주 걔는 그 자전거 사느라고 몇 달을 알바 했어. 너 기억안나?”


“알지…떡볶이 집에서 몇 달이나 고생 한거…내가 왜 몰라. 내가 그 때 얼마나 속상했는데”


“이그 귀여운 것. 내가 희주한테 잘 말해볼께 걱정마”


“하.. 근데 누나 창립파티에는 왜 오라고 한걸까? 누나를 굳이?”


“회장님 속내를 내가 어찌알아. 오라면 오고 가라면 가야 하는 신세니 지금은”


“하… 빨리 어른 되었음 좋겠다.”


“왜?”


"그래야. 제대로 희주한테 고백할 수 있을 것 같아. 아니 내가 해줄 수 있는거 다 해주고 싶어.그리고,

내가 우리 엄마 회사 지분 반을 가지고 있잖아. 그리고 골든 그룹 지분도 3%정도였나"


“그래서?”


“내가 20살 되자마자 그룹 지분 누나한테 줄려고 해”


“야 됬어 뭔소리야 그랬다가 고모한테 뒤지게 혼나고 맞아 죽고?”


“나 진심이야. 지분 그 따위가 뭐 중요해. 나한테는 아무짝 소용없어. 회사 물려 받을 것도 아니고”


“너 정말 연구원되는게 목표야?”


“그렇다니까.”


유민이는 생물학에 관심이 많아 학자가 되는 것이 꿈이었다. 그걸 고모는 알리만무했다.


'고모가 알게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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