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님은 요즘 안보이시네요?"
잠잠하던 부동산 카톡방에,
말 한마디가 툭 던져졌다.
누구나 아는 이름이었다.
임장을 가장 부지런히 다니고,
보고서도 빠짐없이 올리던 사람.
어떤 과제든 묵묵히 해냈고,
밤을 새워서라도
그날의 목표는 반드시 완수해 내던,
커뮤니티의 ‘열정맨’.
“그분, 부동산 접고 사업 시작했대.”
“해외구매대행이래. 한 달에 천만 원 넘게 번다더라.”
“직장도 그만두고, 이제 직원까지 쓴대.”
조용하던 단톡방에
오랜만에 말들이 오갔다.
그러다 얼마 지나지 않아,
모두가 조용히 카톡창을 닫았다.
나도 그랬다.
‘나는 아직도 이 자리에서,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데…’
질투였을까.
허무였을까.
같은 시간, 같은 강의,
같은 출발선에서 시작했던 우리.
그 사람은 벌써
다음 페이지를 넘기고 있었다.
혹시 정말… 가능한 일일까?
망가진 삶을 복구하는 방법이
부동산이 아닌, 전혀 다른 곳에 있다면?
커뮤니티에서 그의 타임라인을 뒤적였다.
마지막 글은 6개월 전,
울산 모 아파트의 임장 인증샷.
그 이후, 감쪽같이 사라졌다.
어떤 선택이었을까.
어떤 두려움을 이겨냈기에 가능했을까.
그때 내 안에서도,
작고 낯선 무언가가 피어올랐다.
욕망이라 부를 수도,
부끄러움이라 말할 수도 없는 감정.
그저 이대로는 안 된다는,
벼랑 끝에서 올라오는 절박함.
그건, 생존의 본능이었다.
이상하게도, ‘h님’의 이야기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부동산 말고도 뭔가 다른 길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그 막연한 가능성에 자꾸만 눈이 가기 시작했다.
‘부업’, ‘스마트스토어’, ‘해외구매대행’
검색창에 그런 단어들을 하나씩 쳐봤다.
유튜브 영상, 블로그 후기, 쇼츠 광고까지…
세상은 이미 **‘돈 버는 법’**으로 넘쳐났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중 어떤 것도 선뜻 믿고 클릭할 수 없었다.
"한 달 수익 천만 원”
“연매출 1억”
누구나 쉽게 강의만 따라 하면 된다고 했다.
모두가 그렇게 ‘성공’을 말했다.
강의비는 한 달에 100만 원.
정규 코스는 200만 원.
그 숫자를 보는 순간,
머릿속에 과거의 기억이 떠올랐다.
“같이 임장 가는 수업은 꼭 들어야 한다니까?”
“부동산 전문가 과정은 수강신청만 해도 인생 성공이야.”
“코칭받고 투자하면 손해 볼 일 절대 없어.”
그렇게 믿고,
정말 그렇게 믿고
쏟아부었던 수업료와 코칭비.
적어도 2천만 원은 넘게 썼다.
하지만 남은 건
역전세, 폭락한 시세,
그리고 매달 통장을 쓸어가는 대출이자뿐이었다.
후회와 좌절감뿐이었다.
나는 이미 너무 많이 속았고,
지쳤다.
'또 강의팔이에게 속는 거 아닐까?'
'진짜 돈 되는 방법이라면 왜 굳이 알려줄까?'
'결국 또, 내가 호구되는 거 아냐?'
그런 생각이 자꾸만 발목을 잡았다.
눈앞에 쏟아지는 화려한 성공담들.
그럴듯한 말과 자극적인 수익 캡처들.
그 모든 것을,
더는 믿을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