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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하늘HaruHaneul Oct 02. 2024

수요일의 이야기/웃어야 한다고

웃을 수밖에 없다고

선선한 바람이 대기를 가르며 코끝을 간지럽힌다. 어김없이 재채기가 나오고 뻑뻑한 눈에 눈물이 고인다. 그렇게 희미한 세상이 선명해진다. 눈의 문제를 알레르기로 해결할 일은 아닌 줄 알지만 어쨌든 찬바람 한줄기에 뿌연 눈앞이 되돌아오는 순간은 반가울 뿐이다. 눈이 점점 힘들어지면서 온라인 사생활도 그 경계에 놓여있다. 모든 취미생활이 건강을 전제로 하지만 가만히 앉아 들여다보기를 좋아하는 나의 취미는 눈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다. 종이책을 읽는 정도가 눈으로 하는 내 사생활의 마지노선이다. 화면이 쏘아대는 빛도 찬란한 태양의 눈부심도 모두 감당하기 어려운 지경이다. 그런 와중에 재채기 한 방에 눈가가 촉촉해지니 새삼스럽다.


그러다 스치듯 지나치며 비친 자신의 얼굴을 보며 낯설게 여겨지는 순간 잠시 멈칫한다. 유리창에 비친 내 모습에서 웃음이 가신 얼굴을 발견한다. 청명한 가을 햇살에 신난 건 마음뿐 미간은 힘을 주고 눈을 번쩍 뜨기는 도전에 가깝다. 화가 난 것이 아니라 불편한 눈 때문이라고 변명이라도 하고 싶은 지경이다. 눈을 번쩍 뜰 수도 없다. 활짝 웃는 일도 드물어졌다. 억지로라도 웃어야 뇌가 즐거움을 인식한다는데 웃음이 희미해지고 있다. 그래서 의식적으로 입꼬리를 올린다. 가짜 웃음을 시전 한다.


가짜로라도 눈물이 나도록 웃어야 눈건강에 좋다니 웃어본다. 어색하다.(목적을 가진 웃음이라니..) 최근 영국의학학회지에 발표된 인공눈물보다 좋다는 웃음운동에 대한 연구가 신박하다. 눈물의 역할에 대해 안다면 웃어서 눈물을 만들어 낼 수 있다면 웃지 않을 이유가 없다.


빛의 굴절을 도와 안구의 뻑뻑함을 개선시켜 시력손상을 막아주고 영양분을 공급해 주며 외부로부터의 병원균침입까지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니 눈물 나게 웃어야 한다. 눈물샘이 마르지 않도록 성대와 후두 근육을 활성화시켜 하하 호호 깔깔깔 소리 내어 웃어야 한다.


웃어서 좋은 일이 한두 개가 아니다. 웃는 얼굴에는 침도 못 뱉는다지 않는가. 기분이 좋아지고 환하고 예쁜 표정을 갖게 되며 만사 순조로움에 일조를 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문득 무슨 일로 소리 내어 웃었는지 생각해 보게 된다. 딱히 떠오르지 않는다. 소리 내어 웃을 일이 그리 많지 않기도 하거니와 박장대소대신 미소로 대신하는 일이 더 많았으리라. 넉넉히 웃었으면 여러모로 더 좋았을 일인데 말이다.


계절이 지나가는 길목에 눈이 부신 하늘을 본다. 투명하게 부서지는 햇살을 본다. 부서지는 햇살이 파고드는 변해가는 초록들을 본다. 빈 허공을 향해 어색하고 부끄러운 소리를 내며 웃어본다. 하하하! 호호호! 정말 효과가 있는 건가? 모르겠다. 하품이 난다. 확실히 효과가 있다. 뻑뻑한 눈이 다시 촉촉해진다. 의심하지 말고 이제는 큰소리로 웃어보리라. 지병을 모두 제자라로 돌려놓고 건강해질 시간은 아니지만 사소하고 소소한 노력은 해야 한다. 오늘의 습관이 만들어 내는 내가 내일의 조금 온전한 내가 되는 일이므로.... 웃자. 웃어보자. 눈물이 안 나더라도 표정은 좋아질 테니 이래도 저래도 좋은 일이니 말이다.










https://youtu.be/-ahnWAjzbfo?si=sXiRPNBMZLSMcTi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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