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심리
사무실에서 출근해서 주문 들어온 발주서를 체크하고, 택배 송장을 배송팀으로 넘긴 후 게시판에 올라온 문의글을 확인한다. 다행히 온라인으로 들어온 클레임은 없기에 바로 콜센터 상담사와 업무회의를 한다. 10년째 이어지는 일상에서 탈출구가 보이질 않는다.
경제적 자유는 요원하고, 반복되는 일상에서 의미를 찾을 수 없어서 퇴근 후 지인들과 술 마시며 의미 없는 하루를 반복한다. 우연히 듣게 된 심리상담방송을 통해 ‘나란 인간’의 특성을 알게 되고, wpi 심리상담 공부를 하면서 나를 표현해가는 심리치유의 글쓰기를 2년째 쓰고 있다. 그 결과물 ‘어쩌다 심리’ 독립 서적 제작 이야기다.
머릿속에 있는 생각을 밖으로 끄집어 올리기 위해 타이핑 치며 글을 써보니 글쓰기 자체의 부담감 때문인지 생각이 글에 갇혀 버리는 것 같다. 그래서 택한 방법이 말로 이야기하고, 그 녹음을 녹취하여 원고를 만드는 것이다. 직접 글로 쓰는 것보다 자연스러운 게 장점이고, 단점은 중복되는 표현이 많고, 앞뒤로 논리가 상충되는 부분이 생겼다. 생각이 정리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강의와는 다르게 책은 글자로 남게 되고, 독자는 언제든지 앞뒤를 넘나들며 작가의 글을 읽을 수 있기에 그 맥락이 뒤틀리면 곤란하다. 한 편의 글쓰기와 글들이 묶여있는 책 쓰기 차이점이 이런 부분인 듯싶다.
편집자가 원고 몇 개를 코칭을 해준다. 원고를 관통하는 가장 중요한 에센스가 황상민의 심리상담소 wpi 심리 이론인데, 그 부분에 대한 설명이 빠져서 독자가 이해하기 힘들다고 코멘트해준다. 아직까지 나만의 글, 나만의 시선이라는 범주안에 있다. 그러려면 나 혼자 읽으면 되지 뭐할라고 책을 만드는가.
밖으로 공유를 하려는 것은 나만의 글이 아니라 모두의 글이 되어야 한다. 나의 우주 방언을 지구인의 언어로 번역하는 번역기가 필요하다. 즉 번역해줄 편집자의 시선이 필요하다. 물론 모든 것을 알아서 편집자가 해주면 편하겠지만, 그건 힘들다.. 내가 어느 정도 번역 기술을 습득해서 나만의 언어가 지구의 대기까지는 들어갈 수 있도록 언어로 다듬고, 그 지구 안에서 지구인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다듬어주는 게 편집자의 능력이다. 중복되고 너무 개인적인 것은 잘라내면 책의 완결성이 높아질 거다.
내 생각을 물성화 시키는 게 책 만들기다. 어떤 방식의 레이아웃을 할까? 재미있게 읽었던 브로드 컬리 방식을 차용해서 다양한 시도를 해보는 게 좋을 것 같다. 평범한 방식으로는 별로 재미가 없을 것 같기에 본문 중에서 키워드를 뽑아서 한 페이지로 할애해서 편집하면 가독성이 높을 듯싶다. 교정, 교열만 하는 편집자는 많은데. 좀 더 세심하게 글을 만지는 편집자는 더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해야 하기에 비용이 올라갈 수밖에 없다. 단순히 기계적으로 처리하지 않고, 정말 뭔가를 만들어간다는 느낌을 주는 편집자다. 아, 이 사람하고 작업을 하고 싶다. 난삽하기 그지없는 글을 어떻게든 만들어 주려고 한다.
유튜브 영상을 보고 내 글의 콘셉트가 전해졌는 듯싶다. 글로서 전달되기 어려울 때 영상의 힘이란 게 있구나. 그동안 유튜브 영상제작을 못했는데, 그건 영상 속에 내 진정성을 녹여내기 부담스러웠기 때문 아닐까? 좀 더 용기가 필요하다.
2주의 시간을 가지고, 원고를 다듬어가려고 한다. 앞으로 독립 서적 ‘어쩌다 심리’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스케치하려고 한다.
녹취를 통한 자기 치유 글쓰기와 WPI 심리 컨설팅
생계형 독립제작자, WPI 심리 연구가, <어쩌다 심리> 독립 서적 출간 준비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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