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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키 Mar 17. 2024

미델하르니스 길

마인데르트 호베마

네덜란드 남부의 작은 섬에 위치한 미델하르니스 마을의 풍경이다. 중앙에 뻗은 길은 우리 시야에서 멀어질수록 일정 너비만큼 줄어들어 소실점에서 사라진다. 왼쪽 저 뒤로 마을이 보인다. 우뚝 솟은 첨탑이 19세기에 철거된 것을 제외하고는 지금까지 이 풍경은 바뀌지 않았다. _작품 해설, 『365일 모든 순간의 미술』


*

(작가, 미술 기법, 역사적 배경 등 일체의 객관적 사실을 배제한 하루키의 감각과 추상표현으로 쓴 감상입니다.)

Meindert Hobbema <The Avenue at Middelharnis>, (1689) 출처: Wiki



+ 하루키 감상

세관원으로 일하던 호베마는 1687년 와인 관세 문제로 네덜란드 남부 고리-오버플라키 섬의 미델하르니에 잠시 머무릅니다. 그곳에서 마주친 (중앙의) 소실점으로 사라지는 길과 가로수에 강렬한 충격을 받습니다.  거의 20년 간 붓을 놓았던 호베마는 1689년, 2년의 공을 들여 한 장의 풍경화를 완성합니다. 《미델하르니스 길》. 


1890년 빈센트 반 고흐는 동생 테오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이 그림을 좋아하는 그림 중 하나라고 언급하였고, "내셔널 갤러리에서 가장 아름다운 그림이라는 생각이 든다"라고도 했습니다. _위키피디아


우연히 마주친 미델하르니스 길. 한 순간 주마등*이 스칩니다. 삶의 궤적 같다는 생각. 고르지 못한, 뜻밖에, 시간의 방향성, 길 양쪽에 늘어선 가로수는 특별한 사건의 기억 같습니다. 먼 곳에 보이는 마을은 자신이 속한 공동체이자 돌아가야 하는 곳. 성공과 실패, 도전과 좌절로 점철된 호베마의 삶. 호베마는 100년, 200년이 지나도 사람들이 자신의 그림(일대기)을 보(읽)고 소실점으로 사라진 자신을 알아 주기를 바라는 염원 같습니다.


* 생각이나 기억이 연달아 빠르게 머릿속에 떠오르다 사라짐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1967년 데이비드 호크니는 이 그림에 대한 오마주 작품인 '호베마를 따라하다(유용한 지식)'을 그렸습니다. 그는 호베마의 원근법과 색채 사용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_위키피디아
데이비드 호크니 <호베마를 따라하다(유용한 지식)After Hobbema (Useful Knowledge)>, (2017) 출처: Wiki



&



1. 그림을 보자마자 눈 아래 3분의 1지점, 수평으로 그어진 수평선이 보였습니다. 수평선은 하늘과 땅을 구분 짓습니다. 하늘의 적란운은 회색빛과 밝은 빛이 적당히 섞여 형태를 띕니다. 파란 하늘의 캔버스. 다채로운 적란운이 만든 형태는 인상주의적 빛과 그림자의 향연입니다. 인간의 망막에 투영된 모방이 아닌 빛을 포착한 인상의 구름들. 서쪽 하늘에는 다섯 마리의 솔개가 보입니다. 솔개가 만든 빨려들어가는 듯한 하늘의 깊이와 몰입감.


2. 하늘에 적응하기 무섭게 눈은 길에 사로잡힙니다. ㅡ 모세의 기적같이 (홍해를 가르듯) 미델하르니스를 양분한 길 ㅡ 양편으로는 가로수 나무들은 사열해 있고, 길 한가운데 (살짝 비껴선) 장총을 어깨에 걸친 남자와 사냥개 (잭 러셀 테리어로 보이는)가 보입니다. 남자와 사냥개는 관람자를 응시합니다. 알 수 없는 침묵이 흐릅니다.


3. (정중앙의) 길을 중심으로 서편과 동편으로 분할됩니다. 소실점 서편으로는 첨탑과 마을의 지붕이 보입니다. 운집해 있습니다. 동편에는 건물이 보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중경쯤 외톨이 같은 집과 작은 과수원이 보입니다. 이곳에 보이는 사람들은 대화를 하거나 일을 하고 있습니다. 바람이 붑니다. 서쪽을 향해.


호베마의 삶에 대한 의지. 예술에 대한 의지. 걷기(그리기)를 멈추면 삶도, 풍경도 정지됩니다. 길 끝은 알 수 없지만, 확실한 건 이 길엔 끝이 있다는 것. 호베마는 포기하지 않습니다.

* 화가 - 마인데르트 호베마Meindert Hobbema (1638 - 1709, 네덜란드)

+ 전기(1638~1668)


호베마는 암스테르담의 목수의 아들로 태어납니다. 15세에 고아가 된 그는 곧 당대 최고의 풍경화가였던 야콥 반 루이스다엘의 유일한 제자가 됩니다. 호베마는 스승으로부터 물레방앗간, 도로, 연못, 나무 등 사실적이고 분위기 있는 풍경을 그리는 기법을 배웁니다.


+ 중기(1668 - 1689)


호베마는 1668년 엘제 빈크와 결혼하고 암스테르담에서 세관원(세금 징수원)으로 일합니다. 결혼 후 그림을 그리는 빈도가 줄어들었지만 이 시기에 가장 유명한 작품들을 그립니다. 그는 도로와 연못이 있는 화창한 숲 풍경, 나무가 흩어져 있는 평평한 풍경, 물레방앗간을 중심으로 자신만의 풍경화 스타일을 발전시킵니다. 그는 밝은 색채, 선명한 빛, 섬세한 디테일을 사용하여 구도에 깊이감과 조화로운 느낌을 줍니다. 또한 조감도나 낮은 수평선 등 다양한 시점과 관점을 실험하기도 합니다. 


+ 후기(1689-1709)


호베마는 1689년 이후 재정적 어려움과 후원 부족으로 그림을 그리지 않습니다. 1709년 사망할 때까지 무명과 가난 속에서 삽니다. 그는 암스테르담의 라이덴 공동묘지 빈민 구역에 묻힙니다. 그의 그림은 생전이나 사후 거의 한 세기 동안 알려지거나 평가받지 못합니다. 18세기 후반 그의 자연주의적이고 고요한 풍경에 감탄한 영국 수집가와 예술가들 사이에 재발견 돼, 인기가 높아집니다.


+ 비평적 관점


-. 일부 비평가들은 숲으로 이어지는 길이나 개울이 한쪽에는 물레방앗간이나 오두막이 있고 다른 한쪽에는 공터가 있는 동일한 패턴을 따르는 그의 숲 장면에 대해 어느 정도 지루함을 표현합니다.


-. 일부 비평가들은 호베마의 풍경이 너무 이상화되었으며 17세기 삼림 벌채, 배수, 도시화가 진행되던 네덜란드 시골 현실을 반영하지 못했다고 주장합니다.



* * *


+ 주요 특징


1. 네덜란드 시골 풍경


호베마는 네덜란드의 자연과 농촌 환경을 묘사하는 데 중점을 둔 네덜란드 풍경 전통의 핵심 인물입니다. 그의 작품은 종종 물방앗간, 오두막, 울창한 숲길과 같은 요소를 사용하여 시골 생활의 고요한 장면을 보여줍니다.


2. 사실주의와 디테일


사실주의에 대한 호베마의 접근 방식은 세부 사항에 대한 세심한 관심에서 확연히 드러납니다. 그는 나뭇잎의 복잡한 질감, 나무의 구조, 다양한 표면에 드리워진 빛과 그림자의 다양한 패턴을 포착하는 데 탁월한 재능을 갖고 있습니다. 그의 그림은 종종 시청자를 현장으로 끌어들이는 세부 사항으로 가득 차 있어 캔버스의 모든 부분을 탐험하도록 장려합니다. 세부 사항에 대한 이러한 관심은 그의 풍경 속 인간이 만든 구조에도 적용되어 높은 수준의 정확성을 보여줍니다.


3. 빛과 분위기


빛과 분위기의 유희는 호베마 그림 스타일의 중요한 특징입니다. 그의 장면은 특정 측면을 강조하거나 하루 중 특정 시간을 전달하기 위해 빛을 사용해 분위기를 만드는 데 능숙합니다. 호베마의 하늘과 구름 형성은 구성 면에서도 능숙하여 그림의 전체적인 톤과 분위기를 형성합니다.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생생한 분위기를 담고 있습니다.



+ 의식 안의 미술관


1600년대 네덜란드 시골 풍경을 사진처럼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하늘과 구름, 물레방아가 인상깊습니다.

출처: Wiki

           




"이 모호한 하모니, 대기를 떠도는 희미한 한숨,

부드럽게 탄식하며 감미로운 우울함에 녹아든 듯한

그런 경지의 음악가는 이제껏 없었다." _1일 1클래식

/

존 필드의 녹턴 NO.5 한 밤에 흐르는 맑은 물,에서 느껴지는 정서적 아름다움 _하루키




삶이 고양될지 혹은 무해할지, 의식 안의 미술관을 꿈꾸며 ... 감사합니다. 하루키





+ 출처


[1] 위키피디아: Meindert_Hobbema

[2] artnet: Meindert_Hobbema

[3] britannica: Meindert_Hobbe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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