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움에 겨운 절규

닿지 않는 독백

by 하루살이

초혼 -김소월

산산이 부서진 이름이여!

허공중에 헤어진 이름이여!

불러도 주인 없는 이름이여!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심중에 남아 있는 말 한마디는

끝끝내 마저 하지 못하였구나.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붉은 해는 서산마루에 걸리었다.

사슴의 무리도 슬피 운다.

떨어져 나가 앉은 산 위에서

나는 그대의 이름을 부르노라.

설움에 겹도록 부르노라.

설움에 겹도록 부르노라.

부르는 소리는 비껴가지만

하늘과 땅 사이가 너무 넓구나.

선 채로 이 자리에 돌이 되어도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하던 그 사람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가는




the scream.jpg Edvard Munch, <The Scream>, 1893


김소월 시인의 한맺힌 절규와 함께 감상하고 싶은 작품은 뭉크의 <절규>입니다. 두 작품 모두 일몰 무렵의 절규를 그렸다는 공통점에도, 두 작품은 사뭇 다르게 다가오네요.


뭉크가 평온한 세계 속 갑작스러운 불안을 자신의 내면을 향한 단말마의 비명으로 그려냈다면, 김소월이 토해낸 고독한 절규는 16줄에 걸쳐 반복되지만, 세계 속으로 이내 흩어지고 맙니다.


절규끝에 선 채로 돌이 되는 김소월 시인의 모습을 상상하다가 문득, 엔트로피가 증가한다는 열역학 제2법칙이 떠올랐습니다. 부단한 노력이 야속하게도, 흐르는 시간 앞에 결국 무릎꿇게되는 설움.


거스를 수 없는 자연법칙들처럼, 꿈꿔오던 사랑의 이상향은 현실의 벽을 부딪히곤 하는데요. 다음 편에선 사랑과 현실의 괴리의 측면에서 시와 함께 감상해볼만한 작품들을 다루려 합니다.


설움에 겹도록 불러본 이름이 있으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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