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목표를 설정하기 전 해야 할 일
2024년이 이제 일주일 정도 남았다.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시간 사이에 나는 급성 장염으로 수액을 맞으며 꽤나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냈다. 평소 장염에 걸리더라도 수액까지 맞았던 일이 없었던 걸 감안한다면 이번 장염은 심했다. 그래서 3~4일 정도를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약을 먹으며 화장실에 붙어 지냈다. 더 이상 화장실에 가지 않아도 될 정도가 되자 이제는 어지러움이 찾아왔다. 뭔가 조금 해보려고 하면 어지러워서 집중하기 어려웠다.
그런데 이렇게 며칠을 누워 거의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지내면서 내 인생을 생각해 볼 시간이 생겼다. 할 게 없다 보니 강제로 시간이 생겼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아픈 와중에도 다른 일로 스트레스받다 보니 이런 방식이 과연 정상적인지를 고민하게 됐다. 하지만 그 시간은 5분도 채 지속되지 않았다.
'다들 스트레스받으면서 지내지, 뭐 나만 특별하냐?'
'할 일이 없으니까 별 걸 다 생각해 보네.'
평소 스트레스받을 때면 한 번씩 했던 질문들이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그래서 이전과 크게 다를 것 없이 고민이 또 끝나나 싶었다.
그런데 뒤이어 '빨리 대충 답을 내리고 유튜브나 보자'란 생각이 들자, 뭔가 잘못됐다는 기분이 들었다. 누가 시켜서한 것도 아니고 지금의 방식이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것 같으니 정리를 해보자는 것이었는데, 이런 고민에 '대충' 답을 내리자는 생각을 한다는 게 충격이었다. 그리고 '원래 그래'나 '다들 그래'와 같은 방식으로 문제를 대하면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 사실인지 아닌지 모르지만 원래 그렇다는데, 다들 그렇다는데 나라고 별 수 있냐는 식으로 문제를 넘기게 되는 것이다.
이날 나는 누워 뭐가 문제인지 올해 들어 처음으로 제대로 고민한 것 같다. 선택의 문제인지, 지속하지 못했기 때문인지, 아니면 일하는 방식의 문제인지 등 여러 가지 방향으로 질문을 던졌다. 그렇지만 이런 질문의 답은 일부만 납득할 수 있었다. 예를 들면, '내가 한 선택이 잘못인가?'에 대해 생각해 보면 나는 잘못되었다고 하더라도 잘 된 사람도 있었다.
그러다 보니 답답했다. 답을 얻어도 피상적인 기분이 들었고, 외부에서 찾자니 같은 고민을 다시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스트레스를 받으며 누워있던 나는 또 화장실에 가게 됐다. 그리고 그곳에서 답을 발견하게 됐다.
먼저 나는 방식이든 선택이든, 아니면 그 외의 무엇이든 관계없이 내 삶을 부정하고 있었다. 나는 뭔가 시도하면서도 내면에서는 '할 수 없다'라고 믿었다. 변화를 원한다면서도 내면에서는 '원하지만 그건 내 삶에선 어려울 것 같아'라고 믿었다. 여러 심리학 책에서 본 잠재의식의 문제라고도 생각됐지만 그것과는 조금 달랐다. 어떤 사건이 있기 때문에 행동과 배치되는 내면의 마음을 유지하는 것 같진 않았다. 다만, 어떤 질문을 하든 나라는 사람에게 있어 어떤 기대도 되지 않는다는 느낌이 공통적으로 느껴졌다.
그러다 화장실의 거울을 보게 됐는데, 그때 잘못된 게 뭔지 느끼게 됐다. 거울에 보이는 내가 그냥 싫었다. 어디는 어떻고, 총기가 안 보이고 그 짧은 시간에 나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리고 이 생각들이 조금 다르게 다가온 건 진심이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오늘은 열심히 살겠다, 이번 주는 새로운 도전을 해보겠다, 이번 달엔... 올해엔...' 이런 다짐들은 하면서도 100% 진심처럼 느껴지지 않았는데, 나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들은 모두 진심이었다. 그렇게 나는 나를 엄청나게 싫어하고 있음을 알게 됐다. 스스로를 좋아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고 하는데, 나는 좋아하지 않는 것을 넘어 싫어하고 있었다.
바뀌지 않는 것도, 원하는 결과를 이끌어내지 못하는 것도 당연했다. 싫어하는 사람이 좋은 방향으로 바뀌고 원하는 결과를 이끌어내길 바라는 사람은 없다는 걸 생각해 보면, 스스로를 이렇게나 싫어하는데 선택한 일이, 하는 방식이 절대로 좋을 수가 없었다. 안타깝게도 지금의 나는 나를 믿고 사랑할 필요가 있었다.
2024년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이다. 많은 사람들이 새해 목표를 세우며 2024년과 다른 2025년을 보내고 싶어 할 것 같은데 그 목표를 세우기 전에 목표를 세우는 자신을 스스로가 얼마나 믿고 사랑하는지를 먼저 생각해 보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