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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에필라 Jun 07. 2023

남편이 사 온 임신 축하 케이크

1차 피검 결과

1차 피검 전날, 남편과 이자카야에서 나가사키 짬뽕과 돈카츠 라멘을 먹고 있었다. 나무로 둘러싸인 룸에서 먹었는데 나무 의자 위에 얇은 방석이 깔아져 있었다. 라멘을 먹는데 의자가 너무 딱딱해서 엉덩이가 아픈 느낌이 들었다. 생리통 같은 통증이 저녁이 되니 더 심해져서 몹시 피곤했다. 그래도 라멘이 맛있어서 국물을 떠먹고 있는데 분비물이 쑥-나오는 느낌이 났다.

밥 먹다가 화장실로 달려갔다.

갑자기 생리가 나왔을까 봐 꼭 확인해보고 싶었다.


연하게 하얀색 질정흔적이 묻어있었다.

휴- 생리가 아니었네.

임테기 두 줄을 봤어도 갑자기 화유 해서 생리할까 봐 불안했다.

계속해서 배가 아픈 것도 그렇고...



병원에 1차 피검사를 하러 갔다.

피검사를 난임 커뮤니티에서는 피검이라고 부르길래 나도 줄여서 '1차 피검'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10시 전에 피검사를 해야지 결과가 당일에 나온다.

접수를 하고 주사실 순서를 기다려서 주사실에 들어갔다.

오늘은 처음 보는 간호사 선생님이다.

"손에 힘을 꽉 줘보세요."

주먹을 꽉 쥐고 혈관을 찾기를 기다리는데 시간이 좀 더뎠다.

바늘로 혈관을 꽉 찌르는 느낌이 나서 손에 힘을 풀렸는데 계속해서 바늘이 찌르고 있어서 당황했다.

"힘 빼도 돼요?"

"네."

손바닥만 한 길이의 병에 뽑은 피를 넣었다.

이번엔 간호사 선생님의 실수가 있었는지 바늘을 찌른 구멍에서 피가 흐르고 있었고 통증도 컸다.

"임신 피검사만 하나요?"

"네. 왜요?"

"피를 너무 많이 뽑는 것 같아서요. 혹시 다른 검사들도 하나 싶었어요."

"이 정도는 뽑아야지 넉넉하게 검사할 수가 있어요."


손바닥만 한 길이의 바이얼에 한 통만 뽑았지만, 아무튼 내 팔은 아팠다.

오늘은 운전해서 병원에 왔다. 병원 지하에 무료로 주차를 할 수 있었지만, 통로가 좁아서 차를 긁을까 봐 무서워서 병원 옆에 있는 유료주차장에 주차를 했다. 운이 좋게도 딱 한 자리가 남아서 주차를 할 수가 있었다.

피검사를 마치고 주차장에 가니 내 차 옆으로 주차 공간이 아닌 곳에 차가 주차되어 있었다.

편하게 주차하려고 유료주차장을 이용했는데, 그 차 때문에 공간이 부족해져서 빠져나가기가 힘들었다.

전화해서 차를 빼달라고 할까 고민하면서 연락처를 보려고 차 안을 들여다보니 인형이 많이 있었다. 왠지 내가 다니는 난임병원에 진료를 보러 온 것만 같았다. 연락하지 않고 앞뒤로 왔다 갔다 하면서 차를 겨우겨우 빼서 나갔다.


나갈 때 결제하려고 신용카드를 준비했는데 카카오주차장 자동결제되었다는 알림을 보고 바로 빠져나갔다.

카카오주차장을 이용하는 건 처음이어서 편하게 나가게 돼서 얼떨떨했다. 주차장을 쉽게 빠져나가서 기분이 좋았다. 앞으로도 모든 게 다 잘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신나게 운전을 해서 동생을 만나러 갔다. 운전을 하면서도 피를 뽑았던 팔에 통증이 있었는데 이 통증은 다음날까지도 계속되었다. 반찬고를 떼니, 퍼렇게 멍이 들어있었다.


동생집에 놀러 가서 바로 손을 씻고 질정을 넣고 누웠다.

"내가 질정 넣을 시간이 되어서 30분만 누워있을게."

"어. 쉬어."

동생이 따뜻하게 전기장판을 틀어줘서 따뜻하게 쉬었다.


동생하고 얘기하고 있는데 오후 3시 30분쯤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ㅇㅇㅇ님이시죠?"

"네."

누구시냐고 묻기도 전에 피검 결과가 나온다는 게 그제야 기억이 났다.

"ㅇㅇㅇ 산부인과예요.

1차 피검사는 273으로 잘 나왔어요.

다음 주 수요일에 2차 피검사 10시 전에 오세요."

"혹시 수요일 말고 화요일에 가도 되나요? 제가 수요일에는 일정이 있어서요."

"네. 오세요. 하루 전은 상관없어요."

"그럼 화요일에 갈게요. 감사합니다."


남편은 퇴근하면서 케이크를 사 왔다.

임신을 축하하는 케이크라고 했다.

너무 감동적이었다.

자상하고 고마운 남편.


1차 피검사를 하고 나서 방광이 계속해서 가득 찬 기분이 들었다. 오줌을 싸도 계속해서 배가 빵빵하고 아팠다. 장거리 운전을 하다가 국도를 타는 바람에 3시간 동안 화장실을 못 가는 바람에 오줌을 참다 참다 겨우 배출했을 때가 기억났다. 짜릿하면서도 살짝 아픈 느낌이 계속되었다.

'방광이 찼나?' 하고 오줌을 싸도 여전히 아픈 걸 보고 이건 방광이 찬 게 아니라는 걸 알았다.

아랫배에 뭔가 물풍선이 커진 듯 배가 아파왔다. 화장실도 자주 가서 자꾸 소변을 보게 되었다.

이틀간은 소변과의 사투를 벌였다면, 그다음 3일간은 생리통 같은 아랫배 통증과의 사투였다.

생리통이 온 듯 아랫배가 너무 아파서 계속 누워있었다. 그것도 간헐적인 게 아니라 계속되는 통증이었다.

생리통이 심할 때도 길어봐야 하루인데 3일 내내 아파서 침대에 누워서 거의 나오질 못했다.

'생리통인가?' 싶어서 임신테스트기를 해보면 여전히 두 줄이었고, 점점 더 진해지고 있었다.

지난번 화학적 유산을 겪고 나니 생리통 증상이 진짜로 생리하는 증상일 수도 있겠다는 의심이 생겼다.

임신 극초기에는 아기가 머물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서 자궁이 커지느라 아랫배에 통증이 생길 수 있다고 한다. 이 통증이 생리통과 크게 다를 바가 없어서 임신했다는 게 실감 나지가 않았다.

왼쪽이 쑤시다가 오른쪽도 쑤시고 전체적으로 아프기도 했다.

"혹시 쌍둥이 인가?"

이렇게까지 아픈 걸 보면, 아기집 두 개의 자리를 만드느라 통증이 심한 것 같기도 했다. 심지어 오른쪽, 왼쪽 가리지 않고 다 아파서 아기집 두 개는 만들 준비를 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일어나서 걸어 다니거나 바깥활동을 하면 더 아파오는 거 같아서 거의 누워서만 지냈다. 그나마 누울 때 통증이 덜한 것 같았다. 밖에 있을 땐 활동을 하다가 저녁이 다가올수록 더 배가 쥐어짜듯 아파오고 중간중간 졸려서 임신증상이어서 무리하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지독한 아랫배 통증을 앓다가 2차 피검사를 하루 앞두고서, 아랫배는 간헐적으로 쑤실 때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컨디션은 많이 좋아졌다. 계속되는 증상은 차를 타면 멀미를 많이 한다는 것이다. 두꺼운 방석을 깔고 앉아서 최대한 흔들림을 덜하게 하려고 하는데 멀미증상이 생겨서 삶의 질이 낮아졌다. 남편과 함께 여행 가는 게 좋았는데 이젠 멀미가 좀 걱정이 된다. 그래도 2시간 이내의 거리라면 최대한 남편과 이곳저곳 다니고 싶다.

남편이 말했다.

"이제 아기 태어나면 여행 자주 못 가니깐 더 많이 가자."

"그래. 가까운 데만 가자."

이놈의 멀미. 사라졌으면 좋겠다.

하지만 만약 이 멀미가 아이가 있다는 신호라면, 너무 기쁘다.


남편이 스타벅스에서 조각케이크나 샌드위치 중에서 뭘 먹고 싶냐고 물어봤다.

"블루베리가 올려진 치즈케이크요."

비록 커피는 못 먹어도 좋아하는 치즈케이크는 마음껏 먹으려고 포크로 부드러운 치즈 부분을 찍어서 한 입 넣는 순간, 설탕 덩어리를 먹는 것 같았다.

"왜 이렇게 달지?"

수도 없이 먹었던 케이크인데, 임신을 하고 나니 너무 달게 느껴졌다.

더불어 한 번씩 먹었던 과자에도 손이 안 간다.

당근과 오이를 손가락 마디만 하게 잘라서 간식 삼아서 먹는다.

요리를 더 하기 시작했다.

저녁에는 2 시간씩 건강한 재료로 요리를 한다.

아이도 있으니 더 건강한 음식이 먹고 싶어지나 보다.


또 하나 생긴 변화가 있다.

가슴이 커지고 유두가 살짝만 닿아도 아프다는 것이다.

사이즈가 커서 사용하지 못했던 브래지어를 착용했더니 딱 맞았다.

샤워하다가 팔에 스치기만 해도 유두가 아프지만, 가슴이 커져서 기분이 좋다.

글래머러스한 몸매가 되어서 좀 더 섹시해졌다.


남편이 사 온 임신 축하 케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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