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까막별 Nov 30. 2022

선생님은 내 편이야!(라고 믿게 만든다)

문제 행동을 보이는 아동 대처법

학급을 담임하시다보면 다양한 성향의 아이들을 맡게 되지요. 그 중에서 전년도 담임선생님의 부연 설명이 있거나, 선생님들만의 긴밀한(?) 표시가 되어있는 아이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까... 라는 고민이 많으실 것 같습니다.


저는 꽤 오랜 시간 동안 저의 화와 짜증 때문에 반에서 문제가 되는 아이를 퇴근 후, 주말, 방학 때에도 일부러 꺼내어 미워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학교가기도 싫고, 그것을 회피하기 위한 잘못된 행동도 많이 했습니다. 또한 그 아이에게도 짜증과 화를 내고, 나쁜 눈빛을 보내는 경우도 많았지요. 그런데 그렇게 해봤자 상황은 더 안 좋아지기만 한다는 것을 많은 시간이 지난 후에 깨달았습니다.   


저는 아래에 저의 경험을 써 보았으니 참고하셔서 시행착오를 덜 겪으시길 바랍니다.




1. 전년도에 반배정이 마음에 안 들어 주먹으로 유리창을 깨고, 급하게 재배정되어 우리 반에 온 아이


이 아이는 학기 초부터 아니나 다를까 반항적인 성향이 짙었습니다. 저는 그때 저경력이었던 지라 순간적으로 “너 남아!”이렇게 소리치고는 어떻게 할까 궁리를 했지요. 남은 아이는 눈을 반항적으로 뜨며, 무슨 말을 할지 흡사 으르렁거리는 호랑이처럼 있었습니다. 저는 “아까 뭐가 속상했어?”라고 물으며 등을 토닥여주었습니다. 아이는 억울한 점을 다 말하고는 저는 “그래~ 네 맘이 다 이해가 간다. 선생님은 너를 혼내려는 게 아니고, 너의 마음을 들어주고 싶어”라고 말하니 그 뒤로는 저의 오른팔처럼 항상 따라다니고, 저의 어깨를 안마도 해주고(물론 덩치도 크고 힘도 세서 많이 힘들 때도 있지만 반항하는 것보다는 훨씬 나았어요…^^), 다음 해 저의 생일(3월)에 저희 교실 앞에 얼쩡얼쩡 거리더니 수줍게 뭘 내밀더라구요.. (곱게 포장한 샤프였습니다..^^)




2. 40분 동안 교실 문을 꽝꽝 때린 아이


이 아이는 단순한 말다툼이 커져 상대방 아이를 때리고 싶어 했습니다. 저는 폭력 사태를 막아야겠다는 생각에 아이의 팔을 잡았는데 아이는 계속해서 교실로 들어가려고 하며, “죽여버리겠다”라는 말을 반복했습니다. 저 혼자 힘으로는 감당이 안 되어 전담선생님들까지 붙어 40분 동안 한 선생님은 수업을 하시고, 나머지 선생님들은 그 아이를 막았는데, 결국 그 아이가 풀린 것은 “너도 네 화가 마음대로 안 되지? 속상하겠다”라고 말하니 펑펑 울더군요. 그래서 그 아이를 꼭 안아주며 손으로 눈물을 닦아주었습니다.(제가 애기 엄마라 자연스럽게 나온 행동이었던 것 같아요. 아마 결혼 전이라면 등 토닥정도 했을 것 같네요) 그리고 방과 후 엄마를 불러 “너의 팔을 세게 잡은 것은 다른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한 행동이야. 다른 아이가 만약에 그랬어도 네가 위험할 수 있기 때문에 선생님은 다른 사람이라도 똑같이 행동할 거야”라고 말해주었습니다. 그리고 아이가 보는 앞에서 어머님에게 “아이가 일부러 나쁜 마음에 화를 낸 것이 아니에요. 그러니 다그치지 마시고, 잘 대화해보세요.”라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리고는 거짓말처럼 다음날부터 자기 행동을 통제하면서 저에게 친밀하게 대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 아이는 학기 초부터 사설, 학교 두 군데에서 상담을 받았던 아이였는데요.. 시간이 지나도 별 효과가 없어 문의하니 학교 상담 선생님 말씀으로는 이 아이는 누구도 바꿀 수 없고 오직 자기 자신만의 성찰로만 바뀌는 성향이라고 하였는데 내면에서 무언가 변화가 있었나 봅니다..)




3. 학기 초에 삐딱하게 대하다가 같이 껴안고 펑펑 울고 말을 잘 들은 5학년 여자아이


이 아이는 1학년 때부터 학부모, 학생 모두 주의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3월부터 겨울방학 때 학원에서 있었던 왕따일부터 시작해서, 사사건건 교실에서 여자 아이들과 트러블을 일으켰습니다. 저는 학기 초에 조금 힘들더라도 시간을 많이 들여서 아이와 래포를 쌓았습니다. 한 달 정도 그렇게 계속되는 상담 끝에 그 친구를 포함해서 같이 이야기 한 친구들 모두 펑펑 울며 감정을 터트리는 시간이 있었습니다(저도 물론 같이 안고 울었지요). 아마 그 일이 그 아이에게 선생님은 자신을 정말로 생각해주는 어른이라는 인식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그 뒤로는 싸워도 1년 내내 저에게 오지 않고 제가 알려준 상담 루틴으로 스스로 친구들끼리 대화하면서 싸우지 않고 1년을 잘 지냈던 기억이 납니다. (3,4월에는 너~무 힘들었지만 그 뒤로 너무 편했어요.)


저 또한 초등 교사일 뿐이고 전문 심리 상담사가 아니어서 어떠한 원리로 아이들이 변했는지 자세히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경우들을 겪고 나니 저는 옳고 그름은 둘째치고 내가 1년을 잘 보내려면 우선 이 아이에게 우호적인 선생님이 되어야겠다는 치밀한(?) 계획을 항상 세워왔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나중에 저에게 진심으로 마음을 열거나 하면 오히려 이전의 저의 계획이 생각나 미안하기도 하더라구요..)



또한 염두에 두셔야 할 것은 이 문제 행동이 항상 아동의 고의성에 의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아이들은 태어나면서 기질이 다르게 태어나고, 유전자에 의해 이미 많은 것들이 결정되지요. 그리고.. 아이를 너무 미워하다가는 한 순간 말실수나 나의 행동에 이 모든 계획이 수포로 돌아갈 수 있지요..^^


저는 정말 싫어도 항상 맡은 반의 최고 문제 행동을 하는 아이를 찍어 작심하고! 일 년 동안 수시로 등은 토닥토닥해줬던 것 같습니다.. (말은 짜증으로 나오기 쉬워서요ㅠㅠ) 가장 쉬운 래포 형성 방법이랄까….


결론으로 한 번 더 요약해서 말씀드리자면 제 경험상 아이들은 내 기분대로 대응하고, 짜증을 퍼부었다가는 더 역효과가 많이 났어요.. 문제 행동의 아이에게는 치밀한 계획하에 우호적이면서, 권위를 잃지 않는 교사가 되시길 바랍니다. 끝!




이전 06화 단호하고 친절하게? 그거 먹는 건가요?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