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어린이다

문제있는 친구

by 걸침

윤우가 그랬다. 나뭇가지 하나만 주워 들면 한 시간을 놀 수 있다. 무엇을 그리다가, 벽에 때리다가, 구멍에다 넣었다가, 그림자놀이를 하다가. 조금 전의 행동은 망각 속으로 보내고 다시 새로운 것을 찾아 즐긴다. 상상력과 창의성의 답안이다.


윤우를 만난 지는 일 년여밖에 안된다. 계단을 내려갈 때 그는 마치 평지를 걷듯 그대로 발을 뻗어 내딛는다. 중력이란 사슬에 얽매이지 않고 넘어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모인 식당에서도 마음에 들지 않으면 자기만의 소리로 신호를 준다. 예의에 얽매이지 않는 것이다.

그는 순간을 즐길 줄 안다. 똑같은 노래를 스무 번 서른 번 반복해 누르며 들어도 전혀 지루해하지 않는다. 계단을 올라 미끄럼틀로 내려오는 순환동선을 수십 번 그려도 얼굴은 마냥 즐겁다. 반복은 지루하다는 인식에 얽매이지 않는 것이다.


그는 또한 본능적이다. 먹는 것에 대해서는 그 양에 매이지 않고 먹어 재낀다. 누가 유튜브에서 어린이 만화라도 볼량이면 빛의 속도로 뛰어간다. 스마트폰에서 손에 넣고 오른 손가락을 튕겨가며 다른 영상으로 넘어가는 능력과 광고 건너뛰기 실력은 수준급이다.

니체가 말했다. 사람은 세 가지 단계를 거친다고. 젊어서 열심히 일만 하는 수동적인 낙타의 단계, 자신의 의지를 찾아 반항과 용기를 가질 수 있는 사자의 단계, 그리고 나이를 먹어서는 있는 그대로의 순수한 자신으로 돌아가는 어린이의 단계로 가야 된다고. 무엇에 얽매이지 않고 새로운 것을 찾을 줄 알고, 그동안의 것을 쉽게 망각하고 스스로 도는 수레바퀴처럼 순간을 즐기면서 몰입을 할 줄 아는 존재. 끝없는 호기심으로 상상의 놀이를 하면서 자기 몫을 과감히 나눠줄 줄도 아는 순수함. 그것이 내가 지난 한 달 반 동안 윤우와 함께 있을 기회를 통해 얻은 그만의 모습이다.


그것이 사랑의 모습일지도 모르겠다. 자신을 망각하고 지금까지 몸에 배어있던 태도에 얽매이지 않는 새로움으로 서로를 바라보는 순수함. 똑같이 반복되는 일상도 지루해하지 않고 즐겁게 몰입할 줄 아는 사이. 본능적으로 서로에 다가가되 끝없는 호기심으로 새로운 모습을 발견해 내는 능력. 어린이 답지 못한 어른이 많아 보이는 것은 왜일까.


오늘도 순간을 즐기고 있을 윤우가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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