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매 득도 에세이 #7
내 직업이 일러스트레이터라고 말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좋아하는 일하며 살아서 좋겠다'란 반응을 보인다.
응? 내 의견은 듣지도 않고?
모든 회사원들이 자신의 회사 업무를 좋아하는 게 아니듯
모든 일러스트레이터가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하는 건 아니다.
좋아하기 때문에 지금의 일(직업)을 선택한 사람들도 있지만, 다른 여러 가지 이유로 지금의 일을 하는 경우도 많다. 수입이 좋아서라던지, 안정적이라던지. 그리고 대부분은 어찌하다 보니 지금의 일을 하게 된다. 나도 그렇다. 꼭 일러스트레이터가 되야겠다는 생각은 없었는데 어찌하다 보니 그림 그리는 일로 먹고살게 되었다. 그림 그리는 걸 너무 싫어하는 것도 아니지만 또 너무 좋아 죽겠는 것도 아니다. 그냥 그건 '일'이다. 일이란 게 원래 그렇다.
아니다. 가만 생각해 보니, 나는 아주아주 먼 과거에 그림 그리는 걸 좋아했던 거 같기도 하다.(웃음)
나도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하던 시절이 분명히 있었다. 그림이 '일'이 아니었던 시절이었다. 그리고 그것이 '일'이 되어 버린 지금은 그림 그리는 걸 예전만큼 좋아하지는 않는다. 이거 좀 슬프다.
그런 이유로 누군가는 진짜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지 말라고 충고한다. 또 다른 누군가는 자신이 진짜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아야 한다고도 말한다. 도대체 어쩌라는 건지 모르겠다.
선택은 각자의 몫이고 아마 어떤 선택을 해도 후회하게 될 것이다. 인간은 욕심이 많은 동물이다.
어쩌면 우리는 일(직업)에게 너무 많은 것을 바라고 있는지도 모른다. 먹고사는 건 기본이요 돈도 많이 벌었으면 좋겠고 자아실현도 하면서 재미있으며 너무 힘들지 않고 거기다 여유시간이 많은데 존경까지 받는. 그런 직업을 갖고 싶다. 아무래도 무리겠지? 사실 저기서 한 두 가지만 만족되어도 꽤 괜찮은 일이다. 먹고사는 기본만 돼도 감지덕지인 형편이니. '먹고사니즘' 앞에선 재미도 자아실현도 왠지 사치처럼 느껴진다. 욕심을 더 버리면 지금 일에 만족할 수 있을까?
심플하게 살고 싶은데 먹고사는 게 뭐라고 이리 복잡한 건지.
자신의 먹고사는 방식을 자신이 선택해야 하는 이 현대사회가 좋기도 하지만 문득 '수렵'하고 '채집'하던 심플한 그 시절이 그리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