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은 왜 신난 거죠?
아이가 작년 어린이날이 끝나자마자 기다리던 어린이날이 다시 돌아왔다:) 기다리는 1년 동안 가지고 싶은 장난감은 수백 번 바뀌었다. 닌자고 레고, 마인크래프트 레고, 카봇, 또봇 등 가지고 싶은 건 나날이 늘어만 갔다.
외가에서는 외손주이고 친가에서는 두 명 중 첫째이다. 뿐만 아니라 양가의 친척들에게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는 아이는 장난감의 개수를 매일 세어본다. 엄마, 아빠 하나. 외할머니, 외할아버지 하나. 친할머니, 친할아버지 하나. 삼촌 할아버지(남편의 삼촌), 할머니 하나. 손가락이 하니씩 접힐 때마다 아이의 얼굴에 미소가 점점 커져갔다.
아이가 기억도 못하는데 때마다 어떻게 선물을 사주냐며 훈수를 두는 사람도 있었다. 물론 맞는 말이다. 나도 어린이날에 부모님께 받은 선물이 대부분 기억이 나질 않는다. 하지만 생각나는 장면은 많았다. 나는 어릴 때 어린이날이나 특별한 날 피자헛을 갔었다. 지금처럼 배달이 안되던 시절, 2층에 있는 피자헛으로 올라가는 좁은 계단에서 우리 순서를 기다리던 그때가 선명하게 기억이 난다. 무슨 말을 했는지, 어떤 선물을 받았는지 조차 기억나질 않는데 엄마, 아빠와 깔깔 거리며 이야기를 나누던 장면만 생각난다. 같은 날인지는 모르겠지만 피자 치즈를 길게 늘이면 음료수를 주는 이벤트도 있었는데 아빠가 도전을 하셨었다. 아빠는 피자를 들고 일어나서 팔을 위로 쭉 뻗으셨는데 치즈가 끊기지 않고 그대로 쭉 늘어나서 최장 기록을 했던 것도 기억이 난다.
아이도 나중에 커서 어떤 선물을 받았는지, 날마다 뭘 하고 놀았는지 세세하게 기억을 하지 못할 것이다. 다만, 그때의 행복했던 기억의 찰나, 머릿속에 남겨진 한 장면만 남아있을 것이다. 사람은 추억을 먹고 산다는 말이 있다. 나이가 들수록 그 추억들을, 행복했던 기억들을 되새기며 살아가는 것 같다. 잊고 있었던 추억들이 내가 아이를 키우니 새록새록 생각나는 것도 많았다. 그리고 우리 부모님도 나와 같은 마음으로 나를 키우셨을 생각을 하니 마음이 뭉클하고 감사한 마음이 항상 든다.
김영하 작가님께서 한 프로그램에서 이런 말을 했었다. 어릴 때 아이와 여행을 다니거나 좋은 곳을 가서 많은 경험, 추억을 쌓는 것에 대해 어떤 사람들은 어릴 때 기억도 못하는데 힘들게 여행을 왜 가냐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추억들은 아이의 하나의 감정이 된다고 했다. 바다에 여행 가서 아이와 좋은 추억을 쌓으면 아이는 바다에 대해 좋은 감정이 생겨 훗날 바다를 떠올리거나 보게 되면 좋은 감정이 떠오른다는 것이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성인이 되어 직접 만든 추억도 많지만 그 추억들이 알고 보면 나의 부모님이 어릴 때 나에게 만들어 주셨던, 부모님과 함께 했던 시간들의 연장선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내가 여행을 좋아하는 것도 가족들과 자주 여행을 다녔기 때문에 좋아하는 것이고, 내가 만드는 것을 좋아하는 것도 어릴 때 부모님이 내가 좋아했던 크고 작은 모형 프라모델(특히 타이타닉 호 1/400 모형을 제일 좋아했다)을 선물해 주셨던 순간이 있어서 지금의 내가 있는 게 아닐까.
이런 생각이 드니 아이와 많은 추억을 쌓고 무한한 사랑을 주고 싶다. 누군가에게는 과한 것일 수도 있지만 나에게는 아이에게 내가 줄 수 있는 여러 가지 작은 감정 중 하나이다.
수백 번의 변경 끝에 이번 아이의 어린이날 선물은 건담이 되었다. 아직 7살이라 크고 비싼 건담을 사기엔 부담스러워서 적당한 가격의 건담을 선물해 줬다. 건담도 종류가 너무 많아 직원분께 아이가 만들만한 것들을 추천받아서 그중 아이가 원하는 건담을 골랐다. 근데 옆에서 아들보다 더 신난 남편은 본인도 사야겠다며 구경을 했다. 어린이날 주인공인 아이는 30분 만에 고른 외할아버지의 선물을 남편은 2시간 가까이 고르더니 장인어른께 어린이날 선물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