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는 것을 좋아했었다. 초등학교 때 글짓기 시간도 너무 좋아했었고 대회에서 상을 타기도 했었다. 중학교에 가서도 일기를 쓰는 걸 좋아했는데 어느 날 일기장을 엄마가 보신다는 걸 알게 되었다. 나름 나만의 고민이나 감추고 싶은 나의 이야기를 쓰는 일기장이었는데 사춘기였던 나에겐 너무나 충격적이었다. 엄마가 보시고도 모른 척하셨으면 오히려 괜찮았을 것 같은데 엄마에겐 말씀드리지 않았던 내용이었는데 넌 저시 물어보셔서 알게 되었다. 그 후로 일기를 쓰지 않았다. 아니 쓸 수 없었다.
그러다 성인이 되면서도 무언가 자꾸 쓰고 싶은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노트나 다이어리도 굉장히 많이 샀었는데 집에 두면 또 엄마가 보실 것 같은 생각에 매번 몇 장 쓰다가 안 쓰게 됐던 것 같다. 그럼에도 여행을 갔을 때에도 그 나라의 서점이나 문구점에서 노트를 사서 끄적끄적 글을 많이 썼었다. 매번 다 채우진 못했어도 노트를 사는 것도 좋아했었다. 매년 샀던 다이어리는 3월을 넘기지 못했던 것 같다. 그러다 한 8월쯤 다시 끄적이다가 결국 몇 달을 쓰지 못하고 새로운 해를 맞이하였다. 채우지도 못할 다이어리를 월 초에 꼬박꼬박 샀다.
작년부터 다시 다이어리 쓰는 것에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사실 쓰는 것보다 다꾸(다이어리 꾸미기)를 너무 하고 싶었다. 하지만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될지, 뭘 해야 할지 몰라서 인스타그램의 릴스를 매번 보기만 했었다. 그러다 작년 4월쯤 일본에서 유명한 호보니치 다이어리를 큰맘 먹고 구매했다. 나름 잘 써야지 다짐을 했지만 쉽지 않았다.
집에서 혼자 일하게 된 지 1년이 넘어가면서 답답함이 몰려왔다. 업무에 대해 얘기를 나눌 사람은 남편밖에 없었는데 답을 찾지는 못했다. 그렇다고 매번 친구들에게 연락해서 내가 지금 이런 것 때문에 힘들고 이런 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하소연을 할 수도 없었다. 그런 생각이 들기 시작하면서 작년 말부터 기록을 하기 시작했다. 다이어리에 내가 생각하는 것들과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에 대한 것들의 고민들을 적기 시작하니 조금씩 내가 보이는 것 같았다.
처음에는 다꾸를 하면서 '귀엽게', '예쁘게'에 더 중점을 두고 기록을 하기 시작했던 것 같다. 꾸미는 재미에 더 잘 써 내려가고 평범했던 날이었는데 하루하루가 더 특별한 시간이 되어 갔다. 그러다 2월 중순쯤 자꾸 스타벅스 핑크색 다이어리가 눈에 아른 거렸다. 작년 말 스타벅스에서 프리퀀시를 모아 다이어리를 받을 수 있었을 때에는 관심도 없다가 갑자기 눈에 들어와 버렸었다. 한참을 고민하다가 당근에서 9,000원에 올라온 새 스타벅스 다이어리를 구매했다. 아무래도 2월이 거의 끝나가는 시점이라 가격을 많이 내려서 판매하셨던 것 같다. 받고 보니 너무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그 다이어리가 지금 주 다이어리가 되었다.
스타벅스 핑크색 다이어리엔 나의 모든 것이 기록되어 있다. 기분이 나쁘면 나쁜 대로, 좋으면 좋은 대로. 글씨만 잔뜩 있는 날 것의 다이어리이다. 그래서 그런지 제일 늦게 샀지만 손이 더 많이 가는 다이어리가 되었다.
벌써 5월인 지금. 다른 때와는 다르게 꾸준히 다이어리를 쓰고 있다. 물론 밀리기도 하고 비워진 부분도 많았지만 비워진 부분에 크게 연연하지 않고 매일 오늘의 일기를 써 내려가고 있다. 다꾸용 데일리 다이어리 하나만 있었는데 지금은 다이어리만 4개가 되었다. 나름 각각 다꾸용, 아침일기용, 감정일기, 체크리스트용으로 용도를 나누어 사용하고 있는데 매일 기록하는 시간이 너무 좋다.
이번 5월에는 4월에 비워졌던 부분들을 마저 다 채우는 게 목표이다! 기록을 통해 나를 더 알아가고 하루하루 있었던 일들의 소중함을 느끼게 돼서 꾸준히 기록을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