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직장인의 텃밭일기
들깨 꽃이 피었다
날이 추워질수록 내 텃밭에서 눈에 밟히는 자식들이 있다. 바로 상추와 깻잎이다.
비도 많이 오고 날씨가 쌀쌀해서인지 상추는 이미 저세상으로 갈 준비를 하고 있다. 여름에는 좀처럼 자라지 않던 상추대가 지금은 쑥쑥 고개를 내민다. 하지만 이파리는 힘이 없다. 축 늘어진 데다 색깔도 곱지 못하다. 연녹색은커녕 연보랏빛에 가까운 상추랄까.
그에 비해 깻잎은 제자리를 지키며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기특하다고 해야 할까.
이제 곧 수명이 다할 텐데도, 견뎌준 만큼 우리 가족에게 더 없는 쌈을 보답으로 주고 있다. 옆에서 사철 자라는 부추가 있어도, 깻잎은 결코 꿀리지 않는다. 그런데 여름에는 보지 못했던 광경이 하나 있다. 바로 들깨 꽃대다.
한여름엔 꽃대 한 번 못 봤는데, 지금은 작고 아담한 하얀 꽃이 탐스럽게 피었다. 흙에 떨어진 모습마저도 예쁘다.
꽃이 핀다는 건 곧 깻잎의 수명도 다했다는 뜻이겠지만, 그 생각을 하니 마음이 조금 아리다. 함께한 시간만큼 정이 든 모양이다.
그런데, 들깨 꽃대를 먹을 수 있다는 걸 알고 있는가?
부모님과 통화하다 농사 이야기를 나누는데, 글쎄 들깨 꽃대를 튀겨 먹을 수 있단다. 너무 신기해 찾아보니 정말 여러 레시피가 있다. 가는 날까지도 아낌없이 주고 갈 태세다. 그저 자연 앞에 한없이 작아지는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