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30대 직장인 사주 입문 에세이
000씨 1년 만에 또 오셨네요. 필기 성적도 많이 올랐고. 잘해봐요
운명이란 이런 것일까. 1년 만에 다시 그 면접 자리에 와 있었다. 물론 이번 면접은 1차 면접. 5명씩 들어가 기본적인 소양을 묻는 자리였다. 나를 쏘아보던 그 면접관은 나를 알아보고 있었다. 1년 전엔 그가 너무 미웠지만 한편으로 나를 알아봐 줘서 고마웠다.
아들아, 이제 그만 공무원 준비하자. 나이가 29살인데...
엄마가 일요일 아침부터 전화를 했다. 그것도 아들이 입사 필기시험을 보러 가고 있는 버스 안에서 말이다. 물론 엄마는 몰랐을 터. 하지만 9가 주는 압박은 나에게도 엄마에게도 있었나 보다. 엄마는 속만 끓이며 고생하는 아들이 애처로운지 공무원 시험으로 돌리길 원하셨다. 시골 깡촌에서 반에서 1~2등 하며 서울권으로 대학을 왔기에 엄마는 공무원 시험을 잘 준비해 나갈 거라 생각한 모양이었다. 내심 나도 이번이 마지막 시험이라 준비하고 있었다. 마음 한 구석 휑한 마음으로 준비하고 있었다고 보면 맞을 거 같다.
이제 취업 준비생을 끝내겠다는 마음이 들어선 지 나는 차분하게 면접 자리에서 말했다. 내가 가지고 있는 잘하는 것들, 해온 것들은 담담하면서도 담백하게 말이다. 나는 마음속으로 "그래, 까짓것 되면 되는 거고 안 되면 마는 거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히려 떨지 않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자리였다.
사주의 힘이 컸다. 내가 가진 그 담백함을 어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면접 학원도 다니며 무던히 두려움을 깨려 노력했다. 두렴을 깨는 것과 동시에 내가 가진 색깔을 드러내는 작업이 필요했다. 그것이 사주에 나온 내 모습인 '차분함'과 '꼼꼼함'이었다고 나는 생각한다.
사주는 보통 목, 화, 토, 금, 수 다섯 가지 오행으로 이뤄진다. 이 중 목, 화는 발산의 영역이다. 반대로 금, 수는 수렴의 영역이다. 토는 중화의 부분이다. 사주팔자라고 할 때 본인이 가진 여덟 글자 안에서 어떤 글자를 많이 가지고 있는지에 따라 본인 성격의 행방을 알 수가 있다. 나는 금과 수가 기본인지라 수렴이 편한 사람인 것이다. 일을 벌이기보다 정리하는 것이 편하고, 나를 드러내는 것보다 누군가를 조력해서 도우는 편이 잘 맞는 타입의 사람이었다.
목, 화가 많은 사람은 활발한 사람이다. 소위 관종끼도 있다. 반면 금, 수가 많은 사람들은 집돌이 집순이일 가능성이 높다. 토가 많다면 마당발이거나 다른 사람들 사이의 조율을 잘 해줄 가능성이 높은 사람이다. 우리의 선조들은 목(봄), 화(여름), 토(환절기), 금(가을), 수(겨울)이란 계절적 배경 속에 이러한 특성을 설명해주고 있었다.
결국 나는 1차 면접에 이어 2차 면접 그리고 최종면접까지 통과했다. 길고 길었던 2년 반의 수험 생활이 끝이 났다. 한편으론 사주에 대한 나의 고민과 생각은 더해져만 갔다.